중동 심판의 노골적인 편파 판정에 시달렸던 한국 남녀 핸드볼 대표팀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을 다시 치르게 됐다.
국제핸드볼연맹(IHF)은 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이사회를 열고 2008년 1월까지 아시아 지역 예선을 다시 치르기로 전격 결정했다. 올림픽 핸드볼 아시아 예선이 다시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IHF는 이번 재경기를 아시아핸드볼연맹(AHF)에 맡기지 않고 직접 주관하기로 했다. AHF는 국제적인 망신을 사게 됐다.
한국은 9월 일본에서 열린 남자 예선에서 AHF 회장국 쿠웨이트에 1위를 내주며 올림픽 본선 직행 티켓을 내주었다. 한국은 극심한 편파 판정 속에 첫 경기에서 20-28로 졌다. AHF는 심판 배정까지 바꿔 가며 ‘장난’을 쳤다. 한국은 남은 경기에서 전승을 거뒀지만 쿠웨이트에 1위를 빼앗겼다. 쿠웨이트는 다른 경기에서도 판정 시비를 불러일으켜 공공의 적이 됐다. 분노한 국내 핸드볼인들은 쿠웨이트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8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여자 예선에서도 최대 피해자는 아시아 최강 한국이었다. 한국 선수들을 일방적으로 퇴장시키는 식으로 경기가 진행됐고 결국 홈팀 카자흐스탄이 티켓을 가져갔다.
한국 남녀 핸드볼 대표팀은 객관적인 전력 우위에도 올림픽 본선에 직행하지 못하고 IHF가 각 지역예선 2위 팀 등을 모아 치르는 2차 세계예선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재경기 결정으로 본선 직행 가능성이 다시 열렸다.
이번 재경기 결정은 그동안 아시아 핸드볼을 주물러 왔던 쿠웨이트의 입김을 저지한 결과다. AHF 회장이자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의장인 아메드 알파하드 알사바 쿠웨이트 왕자의 눈치를 보느라 심판들이 편파 판정을 일삼았다. 더군다나 IHF 하산 무스타파(이집트) 회장도 쿠웨이트의 자금 지원을 받고 당선된 상황이라 AHF의 전횡을 눈감아 준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대한핸드볼협회는 한국-쿠웨이트 경기의 편파 판정 부분을 담은 동영상을 만들어 영문 자막을 넣은 뒤 158개 IHF 회원국에 돌려 여론을 조성했다.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통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도 적극 항의했다. 결국 IOC는 이 같은 편파 판정이 계속될 경우 핸드볼을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제외하겠다는 압박을 가하기에 이르렀고 IHF는 재경기 결정을 내리게 됐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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