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선수 출신답게 카터 감독의 훈련 방식도 독특했지만 그가 농구를 계속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내건 계약 조건이 눈길을 끕니다. 학점은 평균 C+를 넘어야 하고 수업에 빠지면 안 됩니다. 그리고 교실에서는 맨 앞줄에 앉아야 합니다. 나중에 학생 몇 명의 성적이 계약 조건에 미치지 못하자 카터 코치는 체육관을 폐쇄하고 경기 출전을 포기합니다. “농구를 계속하게 해 달라”며 학부모들이 난리를 피우지만 학생들의 동참으로 카터 감독은 자신의 뜻을 관철합니다. 그가 고집을 피운 이유는 학생들을 공부시켜 농구 장학생으로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운동을 잘해도 학점이 나쁘면 대학에 못 가니까요.
국내 고교 운동부에도 이렇게 공부를 시키는 감독이 있다면 역시 학부모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이유는 조금 다릅니다. 전국 대회 성적이 좋지 않으면 대학에 못 가니 학업은 포기하고 운동에 ‘다걸기’ 할 수밖에요. 요즘 고교 야구 선수들은 대학보다 프로 팀 입단이 먼저지만 스카우트의 눈에 띄려면 역시 공부보다는 대회에 나가 눈에 띄어야 합니다.
반면 공부로 대학을 가려는 많은 학생은 운동과 담을 쌓고 있습니다. 그나마 중3, 고3 입시에 포함돼 억지로라도 뛰고 던지고 매달리게 했던 체력장이 없어진 지도 벌써 10년이 넘습니다. 고교 시간표에서 체육 과목을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마음 놓고 뛸 수 있는 운동장이 없는 학교도 많습니다.
누구는 공부만 해야 하고, 누구는 운동만 해야 대학에 갑니다. 분리할 수 없는 학업과 운동이 따로 놉니다.
야구든 농구든 육상이든 취미 삼아서라도 직접 해 본 학생은 성인이 돼서도 관심을 가집니다. 하지만 학창 시절 운동할 기회를 박탈당한 학생들은 체력도 문제지만 부지불식간에 스포츠와 멀어지게 됩니다.
엘리트 선수들은 매년 쏟아져 나옵니다. 하지만 경기장을 찾아 그들을 응원해 줄 미래의 관중은 점점 줄어듭니다. 썰렁한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마추어 종목만의 문제는 아닐 것 같습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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