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이야기]전쟁같은 리그… 오합지졸 대표

  • 입력 2007년 12월 2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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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 잉글랜드축구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뒤 프리미어리그 ‘빅4’가 싸우는 것을 지켜봤다. 아마도 그는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경기의 템포는 빨랐고 태클은 잔인하기 그지없었다. 골에 굶주린 10만 명이 넘는 팬은 16일 안필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 1-0 리버풀)와 에미리트 스타디움(아스널 1-0 첼시)에서 열광했다.

잉글랜드 축구는 광적인 면에서 세계 최고다. 매 주말이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린 한국의 여름 같다. 하지만 어떨 때 보면 선수들의 발끝에서 멋진 축구의 과학은 여지없이 깨진다.

그날 두 경기에서 1골씩이 나왔다. 다른 나라라면 퇴장이 될 수 있는 경고가 줄을 이었다. 밀라노 근처 루가노의 자택에서 경기를 본 카펠로 감독은 몸서리를 쳤을 것이다.

잉글랜드는 자국 출신 선수들의 입지가 계속 좁아지고 있다.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는 12개 나라의 선수가 모여 있다. 카펠로 감독이 안필드에서 찾을 수 있었던 잉글랜드 출신 선수는 스티브 제라드와 제이미 캐러거, 피터 크라우치(이상 리버풀), 리오 퍼디낸드, 웨스 브라운, 오언 하그리브스, 웨인 루니, 마이클 캐릭(이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밖에 없었다. 이 중 캐나다에서 태어난 캐러거는 잉글랜드 대표로 뛰기를 거부했다.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거친 경기에서 유일한 골은 아르헨티나 출신 카를로스 테베스가 넣었다.

아스널과 첼시의 경기는 스포츠가 전쟁이라는 것을 보여 줬다. 두 팀은 지난해 칼링컵 결승(첼시 2-1 승)에서 난투극을 펼쳤다. 이날도 시작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카펠로 감독은 아스널에서도 잉글랜드 출신을 찾아볼 수 없는 것에 실망했을 것이다. 아스널엔 잉글랜드 출신이 하나도 없다. 첼시에는 존 테리와 애슐리 콜, 조 콜, 프랭크 램파드, 숀 라이트필립스 등 잉글랜드 출신이 그나마 몇 명 된다.

그러나 테리는 하프타임이 되기도 전에 엠마누엘 에보에의 태클에 부상당했다. 그 파울은 아주 비겁했다. 하지만 테리가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인 테리는 부상 당하기 전에 프란세스크 파르베가스에게 쓸데 없는 파울을 했다. 파브레가스가 넘어져 무릎을 꿇고 있는데도 난폭하게 부딪치며 축구화로 갈비뼈를 강타했다. 아마도 팬들은 테리가 흉악범처럼 행동한다고 생각했을 정도다. 에부에는 조 콜의 때늦은 태클에 무릎을 다쳐 경기장을 나갔다.

아랍에미리트 스타디움에서 터진 한 골은 윌리엄 갈라스가 머리로 넣었다. 아스널은 애슐리 콜을 주고 갈라스를 데려왔다. 애슐리 콜은 돈 때문에 계약을 어겼다. 첼시는 비밀리에 아스널보다 연간 300만 파운드를 더 주겠다고 해 데려갔다.

콜이 파란색 옷을 입고 나타났을 때 팬들은 “변절자”라고 불렀다. 콜은 그라운드를 떠나며 손가락 두 개로 한때 자기를 연호하던 팬들을 모욕했다.

쇠퇴하는 잉글랜드 축구를 구해 달라고 고용한 카펠로 감독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이런 오합지졸 같은 선수들이다. 상위 4개 팀의 주전급 56명 중 고작 13명이 잉글랜드 출신이다.

랍 휴스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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