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07년 12월 26일 15시 31분


생사의 기로에 선 WBO(세계복싱기구) 인터콘티넨탈 챔피언 최요삼(34)과 관련된 숨겨진 이야기들이 속속 알려지면서 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성탄절이었던 지난 25일, 헤리 아몰(24. 인도네시아)과의 시합에서 남다른 투혼을 발휘했던 최요삼은 결국 이틀째 의식불명 상태로 병상에 누워있다.

팬들에게 화끈한 KO승을 선사하기 위해 시종일관 인파이트 전략으로 나선 것이 화근이었다. 난타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펀치와 버팅으로 머리에 충격을 받아 결국 뇌출혈 증세를 일으키고 만 것이다. 많은 권투 관계자들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최요삼이 적절히 아웃복싱을 구사했더라면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하고 있다.

최요삼이 이처럼 투혼을 불태운 이유는 돈 때문이 아니었다. 한국권투위원회의 한보영 부회장은 “최요삼의 대전료는 300만원이 전부였다.”고 밝혔다. 대전료는 말 그대로 시합을 치르는 대가로 받는 돈. 명색이 세계 인터콘티넨탈 챔피언이었지만 요즘 유행하는 K-1 등 격투기 대회에 나서는 일반 선수들의 대전료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은 액수다.

한보영 부회장에 따르면 “모르는 사람이 최요삼의 대전료 액수를 들으면 놀라겠지만 우리나라 권투 현실이 이렇다. 챔피언이 이 정도인데 1년에 한 두 경기 치르는 게 전부인 무명 선수들의 사정은 어느 정도겠는가”라며 국내 권투 선수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탄했다.

고작 300만원을 손에 쥐기 위해 최요삼이 그와 같은 투혼을 발휘했다고 보기 어렵다. 최요삼이 권투를 쉬면서 했다는 유통관련 일을 계속했어도 1년에 이보다는 많이 벌었을 것이다.

돈 보다는 일종의 사명감이었다. 최요삼은 일찍이 “한국 권투의 중흥을 꼭 이끌겠다.”고 밝혀왔던 만큼 이번 아몰과의 시합에서 화끈한 KO승을 팬들에게 선사하기 위해 무리한 경기 운영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최요삼의 지인들에 따르면 세계 챔피언이었던 지인진마저 격투기로 전향한 상황에서 최요삼은 스스로 한국 권투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늘 불탔다고 전하고 있다.

최요삼이 이루고자 했던 꿈과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 그리고 링에서의 투혼을 돈에 비할 순 없다. 하지만 300만원이라는 터무니없는 대전료를 받고 싸우다 병상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 최요삼을 바라보는 기자의 마음은 매우 복잡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최요삼, 이틀 째 의식 못 찾아

현재 한국권투위원회 지정병원인 순천향대학병원 중환자실에 있는 최요삼은 뇌수술 후 아직까지 차도 없이 의식불명 상태다. 병원 관계자는 “내일이 고비가 될 수 있지만 1주일가량 경과를 더 살펴봐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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