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오리온스 이충희(48·사진) 감독이 시즌 중 물러났다.
구단에서는 26일 자진 사퇴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성적 부진에 따른 경질로 보인다. 올 시즌 4승 22패로 최하위로 처졌기 때문.
이 감독은 이날 오전 경기 용인시 숙소에서 대구로 이동한 선수단 버스에 다음 경기 때 입을 양복과 짐 가방을 실어 보냈다가 구단의 긴급 호출을 받고 서울 사무실로 올라갔다.
감독이 스스로 물러나면 남은 연봉은 포기해야 하지만 구단에서 그만두게 할 경우엔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 이 감독의 계약 기간은 2010년 5월까지였다.
지난 5월 7년 만에 어렵게 프로 코트에 복귀한 이 감독은 7개월 만에 퇴진하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2005년 전자랜드 험프리스 감독이 20경기 만에 떠난 것에 이은 두 번째 단명.
오리온스의 이번 조치는 성급했으며 감독에게만 계속 사퇴 압박을 하다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외국인 선수들이 연이어 부상했고 간판스타 김승현마저 허리디스크로 1경기만 출전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전술 한 번 펼칠 수 없었다. 구단 형편이 여의치 않은 오리온스는 그동안에도 이미 두 차례 시즌 중 감독을 교체해 물의를 빚었다.
이 감독은 2003년 고려대 감독에 부임해서도 온갖 외풍에 시달리다 부임 8개월여 만에 경질되는 등 화려했던 선수 시절과 달리 지도자로서는 거듭된 불운에 시달렸다.
이 감독을 대신해 김상식 코치가 감독 대행으로 27일 KT&G전부터 벤치를 지킨다. 김 대행은 KT&G 시절 시즌 중반 물러난 김동광 감독의 뒤를 이어 대행을 맡은 경력이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