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 신상우 총재는 27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가 새 프로야구단을 창단한다”고 발표했다.
KT는 연고지를 서울로 하고 목동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한다. 이로써 1996년 출범한 현대는 12년 만에 프로야구 역사 뒤편으로 사라지게 됐다.
▽진행 과정=신 총재는 11월 말 KT에 현대 인수를 제안했다. 농협과 STX와의 현대 구단 인수협상이 계약 직전에 무산된 뒤 통신업계 대표 기업에 마지막 구원요청을 한 것. KT는 수차례의 협상 끝에 신생 프로야구단를 만들기로 합의했고 내년 1월 공식 창단식을 열 예정이다.
▽헐값 인수 논란=KT는 현대를 해체한 뒤 신생구단으로 창단할 예정이다. 현대를 그대로 인수할 경우 그동안 KBO가 농협에 대출을 받아 현대구단에 지급한 월급 등 운영비 131억 원을 인계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KBO는 KT에 매각대금과 서울 입성 비용을 한 푼도 받지 않고 프로야구 가입금 명목으로 60억 원만 받기로 해 헐값 매각 논란이 일고 있다. 1995년 현대가 태평양을 470억 원에 인수한 것에 비해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 KBO는 KT의 가입금과 야구발전기금 140억 원으로 현대 운영비 부채를 갚을 계획이어서 나머지 7개 구단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각 구단 반응=현대만 반기는 분위기다. 김시진 감독은 “내년에도 8개 구단 체제로 갈 수 있게 돼 기쁘다. (코칭스태프 승계 여부가 결정되진 않았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명문 구단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머지 7개 구단은 헐값에 프로야구 신생팀을 만들어 주면서 프로야구 구단의 가치를 폭락시킨 것은 문제라는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신생구단이 참가해 8개 구단으로 갈지, 아니면 7개 구단으로 갈지는 내년 초 프로야구 8개 구단사장이 참석하는 KBO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 연고지 겹치는 두산-LG 설득이 최대 과제▼
합의는 했지만 ‘KT 야구단’ 탄생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먼저 절차상의 문제. KT는 내년 1월 이사회의 추인을 받아야 한다. KT 관계자는 “추인이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지만 공기업 성격이 짙은 KT가 매년 200억 원에 가까운 운영비를 감수해야 하는지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1월 중순 현대를 제외한 7개 구단 사장이 참가할 것으로 보이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도 통과해야 한다. 현재 KBO 이사회에서 표결권을 가진 사람은 8개 구단 사장과 신상우 KBO 총재 등 총 9명이다. ‘7개 구단으로 갈 수는 없다’는 생각에 대부분 공감하는 만큼 통과가 어렵지는 않아 보이지만 무엇보다 서울을 연고로 한 두산과 LG를 설득해야 한다.
현대는 1996년 태평양을 인수할 때 연고지를 서울로 이전할 경우 두산과 LG에 각각 27억 원을 주기로 했지만 KT는 한 푼도 내지 않고 서울 입성을 허락받았다.
LG 김연중 단장은 “새 팀이 서울 연고를 희망할 수는 있다. 하지만 KBO는 우리와 전혀 협의 없이 일을 진행했다. 양보에는 보상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두산 김승영 단장은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KBO가 일반 기업과 달리 절차를 무시하며 서울 연고 구단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말했다.
KT가 목동야구장을 홈으로 사용하게 되면 아마추어 야구에도 불똥이 튄다. 대한야구협회는 당초 53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하는 목동야구장을 동대문야구장의 대체구장으로 사용하려 했다. 협회 관계자는 “프로야구가 8개 구단으로 가는 것은 좋지만 당장 내년부터 아마추어 전국대회를 열 장소가 마땅치 않아 걱정”이라며 당혹스러워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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