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권투위원회가 중태에 빠진 최요삼(35) 돕기 모금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권투위원회의 한보영 부회장은 27일 “복싱인들이 먼저 나서 성금을 걷기로 했다. 당장 권투위원회 직원들부터 성금을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요삼은 뇌수술을 받았으나 이날까지 별 차도가 없는 상태. 뇌압이 높아져 조금 더 상황이 악화된 편이라고 가족 측은 전했다. 권투위원회는 모금운동에 필요한 내용 등을 상의한 뒤 28일 모금 방법을 공표하기로 했다. 권투위원회는 선수들의 사고에 대비해 1950년대부터 건강보호기금을 적립해 왔다. 이 돈은 선수들의 파이트머니에서 1%씩 떼어 만든 것이다. 그러나 권투위원회는 이 돈을 엉뚱한 이유로 거의 다 써 버렸다. ▶본보 27일자 A12면 보도 마지막 헝그리 복서… 깨어나라, 우리 챔프
1억1800만 원가량의 적립금은 권투위원회 내부의 세력 다툼으로 인한 소송 및 손해배상 비용 등으로 날아갔다. 이후 여러 절차를 거쳐 5000만 원을 겨우 마련했지만 이 돈도 용처를 알 수 없는 곳에 쓰이며 없어졌다. 건강보호기금은 사실상 바닥이 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일부 직원은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선수들이 매 맞아 가며 마련한 이 돈은 선수들의 의료비 외에는 쓸 수 없도록 자체 규정집에 규정돼 있지만 흐지부지 없어졌다. 현재 선수들은 안전기금도 없이 링에 오르고 있다. 이번처럼 정작 큰일이 터졌을 때 선수 본인들이 마련한 기금의 혜택을 전혀 못 받고 있는 것이다. 권투위원회는 건강보호기금의 운영을 둘러싼 잘못에 대해서 뼈아픈 자성이 필요하다. 차후에도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 충실한 적립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권투위원회가 모금운동을 벌이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바닥 난 건강보호기금으로는 수천만 원 상당의 치료비가 예상되는 최요삼을 돕기 어렵기 때문이다. 권투위원회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어려움에 빠진 선수를 돕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미래의 한국 복싱을 위해서라도 선수 보호에 마음과 정성을 다하기를 바란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