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남극이다. 2008 한국 대학생 남극탐사대(후원 동아일보, 극지연구소, 동원산업) 세종기지 팀 8명이 2일 낮 12시 20분(한국 시간 3일 0시 20분)경 드디어 킹조지 섬 해안가의 세종과학기지에 도착했다.
날씨가 도와준 덕분에 칠레 푼타아레나스에서 세종기지까지 여행은 순조로웠다. 몇 년 전만 해도 푼타아레나스에서 킹조지 섬의 칠레 프레이 공군기지까지 군 수송기를 이용했지만 이제는 50명 이상 탈 수 있는 민항기가 다닌다.
비행기가 프레이 기지 활주로에 착륙하기 전부터 대원들은 창에 얼굴을 바짝 댄 채 바깥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잔뜩 찌푸린 회색빛 하늘 아래 검푸른 바다는 일렁거렸고 육지는 눈이 쌓인 곳과 녹은 곳이 기묘한 형상으로 어우러져 살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기온은 섭씨 2도. 하지만 매서운 바람 때문에 체감온도는 훨씬 낮다. 비행기 밖에서 세종기지의 제20차 월동대 이상훈 대장이 남극탐사대 대원들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킹조지 섬은 서남극 사우스셰틀랜드 제도 중 하나. 세종기지는 맥스웰 만을 사이에 두고 프레이 기지의 반대편, 바튼 반도의 해안가에 있다. ‘조디악’으로 불리는 고무보트로 30분 거리.
대학생 남극탐사대는 월동대원들이 몰고 온 조디악 2척에 나눠 타고 바다를 건넜다. 20차 월동대 중장비 담당인 김홍귀 대원은 “파도가 그리 심하지 않다”고 했지만 고무보트가 파도에 출렁거릴 때마다 로프를 쥔 손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마침내 세종기지의 상징인 주홍색 컨테이너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기지 중앙에 높게 매달려 펄럭이는 태극기는 감동적이다. 세종기지는 혹독한 환경의 극지에 개척과 도전 정신으로 세운 ‘작은 한국’이다.
한국해양소년단연맹이 조직한 남극관측탐험대가 1985년 11월 16일 남극에 첫발을 디딘 것이 1988년 세종기지 설립의 초석이 됐다. 당시 단장이었던 윤석순(70) 한국극지연구진흥회장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벅찬 감동은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종기지가 어느덧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았다. 20일이면 지난 1년간 이곳에서 각종 연구와 임무를 수행했던 제20차 월동대가 제21차 월동대에게 세종기지를 넘긴다. 올해는 대대적인 기지 보수와 증축 등 큰 사업들이 기다리고 있다. 극지연구소는 따로 팀을 구성해 남극대륙 내 제2기지 건설도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
현재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 26개국이 남극대륙 및 주변 섬에 기지를 운영하고 있고 매년 2000여 명의 과학자가 남극을 찾는다. ‘천연의 실험장’이자 지구의 생성과 변화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냉동 캡슐’이며 막대한 천연 자원의 보고인 남극의 가치가 그만큼 엄청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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