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아테네 올림픽 당시 여자핸드볼대표팀을 이끌었던 임영철(49) 감독은 10일 개봉한 핸드볼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시사회에 최근 다녀왔다. 임오경 오영란 등 당시 주축이었던 선수들과 함께한 시사회 자리는 결국 ‘눈물바다’가 됐다. 열악한 환경을 딛고 진출한 올림픽 결승에서 덴마크와 숨 막히는 접전을 벌이며 2차 연장전과 승부던지기 끝에 아쉽게 패하는 과정의 극적인 순간들이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다.》
“베이징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임 감독은 당시 경기 직후 “평소에는 핸드볼에 무관심하다 올림픽 때만 반짝 관심을 갖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며 눈물과 분노가 섞인 인터뷰로 국민의 주목을 받았다.
“우리 이야기를 다루어서 그런지 감동적으로 보았다. 사실과 부합하게 극을 만들려고 노력한 것 같다. 감독 역을 맡은 엄태웅 씨의 연기에 만족한다. 실제의 내 모습보다는 좀 더 따뜻하게 그린 것 같다”는 것이 그의 소감이다. 여전히 벅차기도 하고 아프기도 한 듯한 표정이 스쳤다.
어느 장면이 가장 뭉클했을까.
“대표팀 소집하는 과정요. 그때 아주 힘들었거든요. 그리고 4강에서 1점 차로 프랑스를 이기고 결승에 진출했을 때, 또 덴마크와의 결승전 직후 선수들과 함께 인사할 때….”
그때 이후 상황은 어떻게 변했을까.
현실은 여전히 고단하다. 대표팀 감독과 효명건설 감독을 겸직하고 있던 그는 2004년부터 맡았던 효명건설 팀이 회사 사정으로 지난해 없어지는 불운을 겪었다. 올림픽이 끝나 대표팀 감독 자리를 내놓으면 다시 실업자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 인수자가 선뜻 나서지 않는 가운데 감독과 선수들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훈련은 멈추지 않았다. 서로를 격려하며 중학교 체육관 등을 돌아다니며 훈련을 계속했다. 효명건설에는 오영란 문필희 등 국가대표만 6명이 있었다.
이런 일을 겪은 것이 처음은 아니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 몸담았던 종근당 팀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의 여파로 해체되면서 그는 일터를 잃었다. 이후 6년간 짧은 기간의 감독직을 맡았다 그만두고 하는 ‘파란과 굴곡’을 겪었다. 그런데 모처럼 오래 몸담았던 효명건설 팀이 또 없어졌다.
그는 “역마살이 끼었다. 팔자인가 보다”라고 둘러서 표현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은 다가오는데 책임감이 너무 크다. 주변이 안정돼도 쉽지 않은데, 그런 일을 겪으니 매우 착잡하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벽산건설이 효명건설 팀을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선수들을 위해서 매우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전주 집에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다녀올 정도로 대표팀과 소속 팀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생애 최고의 순간’을 위해….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임영철 감독은?:
△1959년 서울 출생 △서울 고려고등학교(현 고려대 사범대 부속고등학교), 원광대 및 동대학원 △1978∼1984년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 △1984∼1989년 한국체대 코치 △1988∼1992년 남자대표팀 코치 △1992∼1998년 종근당 여자핸드볼팀 감독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여자대표팀 코치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대표팀 감독 △2004∼2007년 효명건설 여자핸드볼팀 감독 △2007년∼여자핸드볼 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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