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들, 내 나라서 꿈 펼치니 가슴 벅차”

  • 입력 2008년 1월 11일 03시 00분


■ 프로농구 산드린형제 어머니 이점옥씨

“정말 자랑스러워요. 마음이 너무 뿌듯하기만 합니다.”

프로농구 혼혈 형제 선수 에릭 산드린(30·모비스)과 이동준(28·오리온스)의 어머니 이점옥(56) 씨.

지난해 말 두 아들을 만나려고 미국 시애틀에서 한국을 찾은 그는 9일에는 막내 이동준의 경기를 보려고 대구에 내려왔다.

이동준의 등번호인 40번이 새겨진 빨간 손목 밴드를 차고 체육관에 나온 이 씨는 경기 내내 “디펜스”, “잘한다” 등을 외치며 열띤 응원을 펼쳤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이 어머니와 떨어져 생활하고 있어 늘 마음이 아팠다는 그는 “엄마 나라에 와서 열심히 뛰는 걸 보니 가슴이 벅차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씨는 1976년 주한 미군 헌병 출신이던 남편(드웨인 산드린)을 만나 결혼 후 미국으로 건너갔다. 처음에 두 아들이 차례로 농구를 한다고 했을 때 “공부나 하라”며 반대를 했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었다. “동준이는 차분하고 똑똑한 성격이며 큰애(산드린)는 활달했는데 어려서부터 우애가 깊었죠.”

이동준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귀화까지 했으며 형도 곧 한국 국적 취득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팀이 서로 달라 만날 기회가 없던 이들 모자는 며칠 전 수원의 한 뷔페식당에서 27일이 생일인 이동준을 위한 잔치를 미리 하며 모처럼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동준과 산드린의 소속 팀이 꼴찌와 9위에 처져 있어 안타깝지만 다치지 않고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는 게 어머니의 소망이다.

“식당과 부동산 일로 고생하는 엄마를 위해 두 아들이 용돈을 자주 준다”고 자랑한 이 씨는 둘이 맞대결을 하면 누구를 응원하겠느냐고 묻자 “물론 막내다. 내리사랑 아니냐”며 밝게 웃었다.

대구=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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