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스트+네스트 … 최상의 보금자리
솔모로?
☞ 소나무+모임 … 소나무 많은 곳
사람 이름을 짓는 데도 유행이 있다.
골프장 이름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외국어가 들어간 명칭을 지닌 골프장이 대세를 이룬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회원골프장 208개 가운데 절반이 넘는 127개에 외국어가 들어 있다.
영어뿐 아니라 프랑스어, 그리스어까지 작명에 사용될 정도다.
그래야 차별화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하고 골프장의 품격도 올라간다고 여기는 듯하다.
초창기에는 주로 지명을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았다. 남서울, 관악(현 리베라), 유성, 수원, 도고, 중문, 대구, 광주, 창원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하지만 골프장 소유주의 변경과 ‘지명은 촌스러워 보인다’는 이유로 개명하는 사례가 늘었다. 청주→그랜드, 이천→동진→뉴스프링빌, 산정호수→몽베르, 장호원→상떼힐 등에 이어 지난해에는 ‘춘천’이 ‘라데나’로 바뀌었다. 라데나는 호수(lake), 정원(garden), 자연(nature)의 합성어로 호반의 도시 춘천을 상징한다고.
1990년대 들어서는 영문을 합성한 작명이 쏟아졌는데 골프장의 지형적 특성에 따라 힐스, 밸리, 레이크, 리버 같은 단어가 단골 메뉴처럼 쓰였다.
그린힐, 레이크사이드, 서원밸리, 스카이밸리, 썬힐, 오크밸리, 이스트밸리 등이 대세를 이룬다.
올해 개장 예정인 골프장 가운데도 롯데스카이힐김해(경남 김해), 퍼스트밸리(충남 서산), 히든밸리(충북 진천), 테디밸리(제주) 등이 이런 분위기에 편승했다.
한국프로골프투어 메리츠오픈을 여는 솔모로CC(옛 한일CC)는 외국어처럼 보이지만 순 우리말이다. 솔모로는 여주·이천의 옛 지명으로 소나무를 뜻하는 ‘솔’과 ‘무리’ 또는 ‘모임’을 의미하는 ‘모로’를 합쳐 ‘소나무가 많은 곳’을 뜻한다.
삼성에서 운영하는 안양, 가평, 동래 베네스트는 베스트(best)와 네스트(nest)의 합성어로 ‘최상의 보금자리’를 지향한다는 의미. 이름 덕분인지 가평베네스트는 국내 최고 회원가를 기록하며 새해 들어 호가가 20억 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최고 또는 최상을 뜻하는 단어가 들어간 골프장도 늘어 가는 추세다. 엘리시안은 이상향을 뜻하며 블랙스톤은 완벽한 이상체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현자의 돌’을 상징한다고. 비에이(BA)비스타는 ‘베스트 오브 아시아’의 준말로 알려졌다.
그리스 신화가 들어가기도 한다. 지난해 개장한 소피아그린CC는 그리스어로 ‘지혜’를 뜻하는 소피아를 따왔다. 제피로스는 가장 고요하다는 서풍의 신으로 제주의 강한 바람을 감안했다고 한다.
숫자가 들어간 골프장도 있다. 강남300, 보라300(현 300), 클럽700(현 블루헤런), 클럽200(현 프리스틴밸리), 클럽900은 대개 회원 수를 뜻한다. 88은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에 개장한 것을 기념한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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