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면 2=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동부 선수들은 원주 숙소에서 각자 집에 갈 때 깜짝 선물을 받았다. 전 감독이 정성껏 포장된 고급 와인을 나눠 줬다. 집을 오래 비우는 선수들이 모처럼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한 배려였다.
전 감독은 이처럼 ‘감동 리더십’을 강조한다. 한 배를 탄 구성원끼리 서로 신뢰하며 배려할 수 있어야 어떤 목표를 향해 힘을 모아 나갈 수 있다는 뜻. 선수는 물론이고 트레이너, 버스 운전사, 프런트 직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평소에도 진심 어린 노력을 다한다.
모기업의 부도로 힘겨웠던 TG 삼보 시절 그는 혹시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질까 봐 연고지 원주의 지인들까지 동원해 고깃집이나 일식집에서 회식 자리를 마련했다. 때론 사재를 털어 코치, 선수들의 부인과 아이들을 고급 식당에 초청해 ‘아빠 체면’을 살려줬다.
전 감독은 당뇨로 저녁식사 후에는 혈당 수치가 높아져 쏟아지는 피로를 감당하기 힘든 데다, 술을 한잔도 못하는 체질이지만 코치들이 맥주라도 한잔한다면 늘 자리를 함께해 그들의 애환에 귀를 기울인다.
전 감독은 김주성을 빼면 이렇다 할 스타가 없는 동부의 전력을 끌어올렸다. 아직 부족한 게 많아 보이는 신인 이광재는 혹독하게 조련했다. 출전시간이 줄어든 고참 손규완, 양경민 등은 따뜻한 충고와 동기 부여로 팀 분위기를 살려 나갔다. 탄탄한 팀워크를 통한 협력 수비를 앞세운 동부는 올 시즌 10개 팀 최소인 평균 실점 71.7점을 앞세워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전 감독이 주무 출신의 핸디캡을 딛고 최근 최단 기간 통산 200승을 돌파하며 명장의 반열에 올라선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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