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스크린 골프장으로 간다

  • 입력 2008년 1월 26일 02시 48분


지난 일요일 서울 홍익대 근처에 있는 B스크린 골프장.

오후 8시가 넘었지만 방 4곳이 모두 찼다. 2명이 있는 곳도 있고 4명이 즐기는 방도 있다. “굿 샷” “나이스 온”…. 소리만 들으면 마치 필드에 온 것 같다.

증권회사에 다니는 박종건(36) 씨는 “친구들과 함께 한 달에 서너 번 온다. 비용 때문에 골프장에 자주 나갈 수 없어 이곳에서 연습 겸 대리만족을 한다”며 “실제로 100타 정도 치는데 여기서는 90타 전후의 스코어가 나온다”고 말했다.

○ 스크린 골프장 매년 증가… 겨울이 성수기

스크린 골프는 실내에 설치된 스크린에 골프장 영상을 투사해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장비다. 1990년대 미국에서 레슨용으로 처음 개발해 2000년 초에 도입됐다. 국내에서는 골프 붐을 타고 2003년부터 스크린 골프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표 참조). 업계는 현재 약 2500곳의 스크린 골프장이 약 3500억 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스크린 골프의 장점은 무엇보다 ‘저렴하게’ ‘아무 때나’ 즐길 수 있다는 것.

필드에 한 번 나가려면 1인당 20만 원 안팎의 비용이 드는 데 비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갈 수 있는 스크린 골프장에서 18홀을 도는 가격은 2만∼2만5000원. 10만 원이면 4명이 서너 시간 마음껏 골프 클럽을 휘두를 수 있다. 쿠폰을 파는 업체라면 비용이 10∼20% 덜 든다. 추위 때문에 골프장을 찾기 어려운 겨울은 스크린 골프장 성수기다.

코스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회원권 시세가 15억 원이 넘는 가평베네스트나 이스트밸리 등 국내 최고급 골프장은 물론 업소에 따라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 같은 세계적인 골프 성지도 간접 경험이 가능하다.

○ 스크린 골프를 열심히 하면 실력이 늘까

아직 많은 골퍼가 ‘스크린 골프는 오락 내지는 장난’이라고 생각한다. 초기 스크린 골프는 그랬다. 화면도 조악하고 센서도 정밀하지 못해 진짜 실력과는 동떨어졌던 게 사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정밀한 화면은 실제 골프장을 옮겨 놓은 듯하고 센서의 발달로 비거리와 방향 측정도 정확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통산 15승을 거두며 네 번이나 상금왕에 올랐던 ‘독사’ 최광수(48·동아제약) 씨는 “드라이버나 아이언은 실전과 비슷하게 거리가 나온다. 다만 그린의 잔디 결, 벙커의 경사면 등이 현장과 다른데 이런 점을 기술적으로 보완한다면 훌륭한 연습 장소다. 특히 처음 나가 보는 코스라면 스크린 골프장에서 미리 파악해 두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마추어 지인들과 가끔 해봤는데 많이 쳐 본 코스를 택했는데도 나는 오히려 스코어가 더 안 나오더라”며 웃었다.

스크린 골프 붐에 발맞춰 전국 아마추어 골퍼를 대상으로 대회도 열린다. 9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훼밀리골프(032-543-0707)는 내달 1일부터 4월 6일까지 ‘훼밀리골프-캘러웨이 스크린 골프 챔피언십’을 개최한다. 3월 31일까지 지역 예선 및 지구 예선을 거쳐 본선 진출자 32명을 가리고 4월 3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본선과 결승전을 치른다.

우승자는 승용차 크라이슬러 300C의 주인이 된다. 참가 신청은 훼밀리골프(www.familygolf.co.kr) 전국 가맹점을 통해서 받는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전국 스크린 골프장 개장 현황
2002년2003년2004년2005년2006년2007년
140개270개450개910개1560개2500개
주요 업체별 가맹점 합산 추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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