엷은 갈색 줄무늬 양복을 빼입은 하승진은 “평생 이런 날은 하루밖에 없지 않나. 한껏 멋을 냈다”고 활짝 웃었다.
준비된 전체 1순위답게 하승진의 말은 청산유수였다.
KCC의 지명을 받아 ‘농구 대통령’ 허재 감독, ‘국보급 센터’ 서장훈과 다음 시즌부터 함께 뛰게 된 하승진은 “허 감독은 농구계의 전설이었고, (서)장훈이 형은 살아 있는 전설이다. 명문 구단 KCC의 명성에 걸맞은 선수가 되겠다”고 달변을 과시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허 감독은 활짝 웃은 뒤 “편하게 인터뷰하라”며 자리를 피했다. 곁에 있던 동부 전창진 감독은 못내 아쉬운 듯 장난스레 하승진의 목덜미를 꼬집었다.
공교롭게도 하승진은 “어제 동부로 가는 꿈을 꿨다”고 털어놔 주위를 웃겼다.
하승진은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대회가 끝나고 대표팀을 은퇴하는 장훈이 형이 ‘이제 너랑 나랑 한 팀에서 뛸 수 없겠다’란 말을 했는데 다시 만나게 됐다”고 밝혔다.
미국프로농구 출신인 그의 목표는 원대했다. “최우수선수가 되겠다. 우승을 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농구가 팬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도록 노력하겠다.”
그는 또 “지루한 경기를 하진 않겠다. 지더라도 화끈한 경기를 펼쳐 팬들에게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