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기업도 있긴 했다. 삼미, 청보, 태평양이 그 주인공이지만 모두 프로야구에서 중도 하차했다. 모기업의 경영이 어려워져 연간 100억 원이 훌쩍 넘는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기업들 모두 이번에 사라지는 현대의 전신이다. 청보는 삼미의 뒤를 이어 1985년부터 프로야구에 참가했고 태평양은 청보를, 현대는 태평양을 인수해 야구단을 운영했다. 그리고 공은 이제 창업투자사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로 넘어갔다.
센테니얼은 야구단 운영 자금으로 200억 원 정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가입금 명목으로 120억 원을 내고 나면 80억 원으로 시즌을 치러야 한다. 구단은 ‘네이밍 마케팅’을 통해 스폰서를 구하겠다고 공언한 상태. 구단의 한 해 운영비가 대체로 150억∼20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70억 원 이상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
한 야구 관계자는 “지난해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인 삼성이 49억 원을 냈는데 한 구단의 메인 스폰서가 그렇게 큰돈을 낼 수 있겠나”라며 네이밍 마케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구단 단장은 “양해각서에 5년간 구단 매각 금지 조항을 명시했다지만 흑자를 내지 못할 경우 구단을 포기하겠다고 하면 막을 길이 없다”고 걱정했다.
현대가 일단 주인을 찾으면서 8개 구단 체제는 명맥을 잇게 됐다. 발등의 불은 껐지만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흑자 구단을 표방한 ‘센테니얼의 실험’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