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과 30일 일본 도쿄 요요기 국립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예선 최종전에서 한국 태극 남매가 일본을 누르고 올림픽 본선 동반 진출을 이뤄낸 데는 골문을 철통같이 지킨 ‘부부 골키퍼’가 있었다.
바로 강일구(32)와 오영란(36) 커플.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다녀온 뒤 결혼한 이들은 이번 재경기에서 각각 10개 이상씩 슈팅을 막아내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강일구는 그동안 선배 한경태(스위스 오트마)에 밀려 후보 신세였다. 하지만 이날은 컨디션이 최고조인 것을 지켜본 김태훈 감독에 의해 주전으로 낙점됐고, 무려 슈팅 17개를 선방해내며 후반 막판 2점 차로 쫓기기도 한 한국대표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신들린 듯한 선방을 하다 보니 경기 직후 도핑테스트 대상으로 꼽히기도 한 강일구는 테스트실에 들어가기 직전 “작년 9월 기존 예선 일본전 비디오를 자세히 분석하면서 주요 선수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다. 컨디션도 좋았고 감독님이 주전으로 뛰라고 하셔서 각오도 새롭게 다져 잘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내에게서 조언을 들은 것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건 없었고 그냥 어젯밤에 만났는데 ‘잘해라’고 퉁명스럽게 말하더라. 이제는 결혼한 지 오래돼서 예전처럼 다정하지만은 않다”라며 웃었다.
이날은 강일구의 선방이 빛났지만 오영란 역시 전날 여자 경기에서 10차례 선방을 해내며 승리를 이끌었다. 여자대표팀 주장이기도 한 오영란은 이날 후배들과 함께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는데 한국이 공격을 할 때보다 수비할 때 남편을 바라보며 가슴을 졸였다.
강일구는 “부부가 베이징에도 함께 가게 됐는데 열심히 막아서 동반 진출에 이어 동반 메달도 목에 걸고 오겠다”고 다짐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