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훈 “나보다도 큰 동료와 함께 뛰다니…”

  • 입력 2008년 1월 31일 02시 58분


두 명의 거인 선후배가 다정하게 만나 승리를 향해 손을 맞잡았다.

30일 경기 용인시의 프로농구 KCC 숙소.

전날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KCC에 뽑힌 하승진(23·221.6cm)은 선배들과의 상견례에서 서장훈(34·207cm)에게 유난히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평소 코트에서 다른 선수들에 비해 머리 하나는 더 있어 보이는 서장훈이지만 하승진 옆에 서니 왜소하게까지 느껴졌다.

○ ‘KCC맨’ 하승진 “장훈이 형은 내 우상”

드래프트 결과에 촉각을 세우며 하승진의 지명을 반겼던 서장훈은 “너 때문에 취재진의 전화를 30통 넘게 받았다. 내가 뽑힌 것도 아닌데…”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나보다 큰 선수와 같이 뛰는 일이 생길지 몰랐다. 최근 침체된 한국 농구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데 큰 힘이 되기를 바란다”며 하승진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서장훈의 연세대 11년 후배인 하승진은 “농구를 시작한 중학교 때 장훈이 형은 내 우상이었어요. 형의 환상적인 플레이를 열심히 배우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 구단버스 특별좌석 마련 등 ‘맞춤형 모시기’

선후배 사이의 훈훈한 ‘덕담’ 속에 KCC에서 첫발을 뗀 하승진은 큰 키만큼이나 차별적인 관심과 지원이 줄을 잇고 있다.

전날 드래프트 현장에는 KCC건설 정몽렬 사장이 직접 찾았으며 지명 직후에는 KCC그룹 정상영 명예회장, 정몽진 회장, 정몽익 사장 등이 하승진을 본사 사옥으로 초청해 격려했다.

구단 프런트에서는 하승진의 특대형 사이즈를 감안해 기존 26인승 구단 버스를 바꾸면서 좌석 수를 더 줄여 특별 좌석을 마련해 주기로 했다. 하승진은 몸무게만도 150kg이 넘고 허리 42인치, 신발 사이즈는 350mm에 이른다. 숙소에 침대도 새로 주문하기로 하는 등 교체해야 될 게 30가지가 넘는다. 현재 서장훈과 외국인 선수에게만 허용하는 항공기 비즈니스클래스 이용도 확대를 검토하고 있어 ‘거물 신인’의 위상을 실감케 한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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