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이 많았다. 얻은 것? 글쎄, 많지는 않은 것 같다.”
‘허정무호’가 지난달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칠레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렀다. 그런데 평가는 냉랭하기만 하다.
사실 경기를 앞두고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워낙 새 얼굴이 많은 탓이었다.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난 반면 ‘새로운 모습’에 대한 기대에는 못 미쳤다.
특히 공격력은 더 약해졌다는 평가다. 허 감독은 염기훈(울산 현대)과 정조국(FC 서울)을 선발 투 톱으로 세우고 K리그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평가받는 이관우(수원 삼성)에게 공격 조율의 임무를 맡겼다. 이 조합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미드필드에서 공격을 받쳐 주지 못한 탓도 있다.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 공격도 부실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해결사가 없으면 2 대 1 패스 같은 부분 전술을 구사하며 공격 찬스를 최대한 많이 만드는 게 대안인데 그것도 잘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당장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르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투르크메니스탄전을 앞두고 공격 요원이 없어 비상 상황이다. 정조국이 칠레전 허리 부상으로 투르크메니스탄전에 나서지 못하게 된 것. 허 감독은 4일 대표팀에 복귀하는 해외파 중 측면 공격수인 설기현(풀럼)을 중앙 공격수로 기용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그리고 정조국 대신 조재진이 발탁됐다.
허 감독이 얘기한 ‘최적의 포메이션 찾기’도 성과를 냈는지 의문이다. 허 감독은 전반 ‘스리백(후방 수비수 3명)’, 후반 ‘포백’을 시도했다. 하지만 스리백은 너무 수비 위주로 흐르면서 공격이 약해졌고 포백은 조직력에 허점을 드러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대표팀 새 얼굴 중 몇몇이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이 성과라면 성과”라고 말했다. 전반에 수비수, 후반에 미드필더로 활약한 조용형(성남 일화),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황지수, 박원재(이상 포항 스틸러스) 정도가 적극적인 플레이로 좋은 점수를 받았다.
한편 5년 2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던 골키퍼 김병지(서울)가 31일 허리 디스크 판정을 받아 대표팀에서 중도 하차했다. 대한축구협회는 그 대신 김용대(광주 상무)를 발탁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