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화제! 이사람]女배구 KT&G김세영

  • 입력 2008년 2월 1일 02시 42분


“15년 만에 꽃피운 실력… 우승 열매 맺어야죠”

“그렇게 확 달라질 수도 있구나 싶어요.”

그의 플레이를 보는 관계자들이 하나같이 던지는 말이다. 여자 프로배구 KT&G 센터 김세영(27)이 올 시즌을 맞아 ‘변신’에 성공했다.

31일 현재 블로킹 1위, 시간차 공격 2위, 속공 3위 등 3개 부문에서 상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지난 시즌 최하위였던 팀도 13승 3패로 선두 흥국생명(14승 2패)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 블로킹만 잘하는 선수에서 팀의 기둥으로 바뀐 그를 두고 배구 관계자들은 올해 ‘기량 발전상’은 그의 몫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부끄러움이 많고 ‘소극적 플레이’를 펼치던 그가 이렇게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대표팀에서 몇 년간 호흡을 맞추던 세터 김사니가 팀에 새로 합류하면서 플레이도 좋아지고 자신감도 생겼다. 지난해 집중적으로 체력을 키운 것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15년째 배구를 하고 있는 그가 적지 않은 나이에 기량을 만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부상이 없었다는 것. 그는 “다리를 삔 것 빼고는 부상이 없었다는 것이 신기하다. 동료들도 와서 어떤 비결이 있느냐고 묻곤 한다”고 말했다.

그가 배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중학교 1학년 때. 당시 또래보다 훌쩍 큰 172cm의 장신이었던 그에게 남성여중 감독이 배구를 권유하면서 시작했다. 그는 “만약 농구 감독이 왔었다면 지금쯤 농구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배시시 웃었다.

그는 꿈나무 대표팀, 주니어 대표팀 등을 거치며 주목받는 선수였지만 고등학교 때 부진해 실업팀에 가기 위해 두 해나 3학년을 다닌 숨기고픈 사연도 있다.

그의 키는 190cm. “부모님과 언니, 동생은 보통 키다. 나만 유별나게 크다. 유전도 아닌 것으로 봐서 하루 세끼를 제 시간에 먹은 것이 비결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유난히 큰 키 때문에 스트레스는 없었을까. 키 때문에 외출을 할 때마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는 그는 “배구선수 김세영을 알아보고 주목해 주는 것은 좋은데 그냥 키가 크다고 신기해하면 속이 상한다”고 말했다. 그런 그의 동갑내기 남자 친구의 키는 177cm.

이제 팀에서 가장 고참급. 그는 “몸이 말을 안 들을 때까지 코트에 서고 싶다. 나이 들어서는 십자수 전문점을 차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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