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경기에서 역시 요르단을 1-0으로 격파하고 기세등등한 북한.
3월 26일 평양에서 남과 북이 펼치는 2차전이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2월 17일부터 23일까지 중국 충칭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연맹 선수권에서 남과 북이 20일 한 차례 대결하지만 팬들의 관심은 역시 ‘평양 남북 대결’.
그런데 경기 외적으로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다. 1차전이 열리기 전에 남과 북의 관계자들이 만나 실무협의를 했지만 확연한 견해차만 확인했다.
가장 중요한 문제가 태극기와 애국가. 5일 개성에서 열린 실무협의에 참석한 조중연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친선 경기가 아니라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공식 대회인데 애국가를 연주 못 하겠다고 하고 태극기도 걸 수 없다고 해 전혀 대화 자체가 안 됐다”고 말했다. 이번에 월드컵 예선 응원단, 기자단 방북 방안과 사전조사단 파견 등을 모두 협의하려 했지만 국기와 국가 문제가 걸려 협의 자체가 진행되지 못했다는 얘기.
조 부회장은 “북한 역사상 태극기가 북녘 하늘에 나부끼고 애국가가 울린 적이 없었다며 절대 못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국가 대 국가가 만나는 경기인데 한반도기와 아리랑을 쓰자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FIFA가 주관하는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에서는 양국 국기를 게양하고 원정팀과 홈팀 국가를 연주하는 게 원칙. 북한이 이 원칙을 거부하고 남북 통일축구 때 사용하던 한반도기와 아리랑을 쓰자고 하는 것이다.
조 부회장은 “일단 우리 쪽에선 태극기와 애국가를 못 쓰면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제 북쪽에서 어떻게 결정할지가 관건이다. 이게 협의되지 않으면 제3국에서 경기를 해야 하는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무협의는 동아시아연맹 선수권대회 기간과 그 후에도 계속할 예정. 하지만 남과 북이 나란히 1승씩을 한 가운데 열리는 경기라 주도권을 잡기 위한 북한의 심리 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합의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태극기와 애국가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기자단과 응원단 수 등에서도 의견이 엇갈릴 것으로 예상돼 경기를 치르는 것보다 사전 실무협의가 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역대 남북 대결에서는 남한이 5승 3무 1패로 우세를 지키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