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제8구단 센테니얼 제주서 첫 전지훈련

  • 입력 2008년 2월 15일 02시 59분


‘강풍을 뚫고 앞으로!’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창단할 ‘프로야구 제8구단’에 흡수된 현대 선수들이 전지훈련 첫날인 14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 강창학야구장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서귀포=연합뉴스
‘강풍을 뚫고 앞으로!’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창단할 ‘프로야구 제8구단’에 흡수된 현대 선수들이 전지훈련 첫날인 14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 강창학야구장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서귀포=연합뉴스
“아, 현대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 대학 야구 수준으로 떨어진 것 같다.”

현대 선수들 사이에 자신도 모르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프로야구 제8구단 창단을 추진 중인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마련한 전지 훈련장을 14일 처음 본 후였다.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 강창학야구장.

외야 멀리 제주 남쪽 바다가 금빛으로 넘실거리고 주변에는 야자수도 있어 “미국 플로리다 같다”는 농담도 나왔다. 1996년 창단 후 해마다 플로리다로 떠났던 현대가 다른 곳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것은 이번이 처음.

주로 중고교 및 사회인 야구가 펼쳐지는 경기장은 프로선수들이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훈련장으로서는 뭔가 부족해 보였다.

라커룸이 없는 야외 구장에서 선수들은 외야 한편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그늘막조차 없었다. 거센 바람에 마운드에 뿌려 놓은 적토가 공중에서 흩날렸다. 화장실이 없어 휴식 시간에 한 선수는 슬쩍 펜스 뒤편으로 사라지기도 했다. 이순철 수석 코치는 “코치들이 그라운드 위 돌도 줍고 그물망도 보수했다”고 말했다.

날은 추웠다. 볕이 들어 한낮엔 영상 6도까지 올라갔지만 바람이 매서웠다. 선수들은 두툼한 잠바를 입고 지퍼를 턱 밑까지 당겨 올렸다. 머리에 비니(머리에 달라붙는 털모자)를 쓴 선수도 여럿 있었다. “원당보다 더 춥다”는 불만도 나왔다.

그래도 선수들은 가슴이 좀 트이는 듯했다. 그동안 경기 고양시 원당야구장에서 실내 훈련만 하다 처음으로 실외 훈련에 나섰기 때문. 선수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몸을 풀기 시작해 캐치볼 등을 하며 2시간여 동안 그라운드를 밟았다.

전준호는 “바람은 좀 불지만 생각보다 따뜻해서 좋다”고 말했다.

‘형행색색’으로 차려입은 운동복은 아직 정비되지 않은 신생 팀의 현 주소를 보여 주는 듯했다. 이광환 감독은 한국야구위원회(KBO) 마크가 박힌 모자와 잠바를, 이 수석코치는 검은색 스포츠 잠바를, 그리고 주성로 스카우트 팀장은 등 뒤에 ‘沖岩(충암)’이라고 적힌 충암고 야구부 잠바를 입었다. 새 옷을 받지 못한 선수들은 옛 유니폼을 입었다.

센테니얼은 다른 팀보다 한 달 정도 늦게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이 감독은 “급작스럽게 끌어가지 않겠다. 시범 경기까지 부상 없이 가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신생팀이라 무엇보다 융합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선수들은 2월 말까지 제주에서 훈련을 한 뒤 3월 2일 남해로 건너가 마무리 훈련에 들어간다.

서귀포=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영상 촬영 : 황인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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