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만큼 성숙’… 김상식이 돌아왔다

  • 입력 2008년 2월 16일 02시 57분


“음주 파문, 징계보다 정신적 충격 더 힘들어… 팀 우승으로 속죄”

성남 日전지훈련서 예전 모습 되찾아

“야, 너 빨리 나가란 말이야.” “아유, 넌 뒤로 빠져 줘야지.”

15일 일본 미야자키 현 아야초 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성남 일화의 전지훈련. ‘식사마’ 김상식(32·사진)은 훈련이나 평가전 때 부쩍 말이 많아졌다. 수비수들의 움직임에 대해 큰 목소리로 지시하거나 꾸짖었다. 때론 제스처까지 써 가며 독려했다.

김상식이 다시 말문을 열게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는 지난해 10월 불거진 아시안컵대회 기간 대표팀 음주 파문으로 홍역을 치렀다. 대표팀 자격 1년 정지. 징계보다도 정신적인 충격이 더 힘들었다. “상식이 성격이 대범한데도 많이 흔들렸다. 그런 모습은 처음이었다”는 게 김학범 성남 감독의 얘기.

김상식은 그때 얘기를 꺼내자 고개만 숙인 채 제대로 답을 못했다. 그는 “올해 팀이 우승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지난해 정규리그 통합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지만 5위 포항 스틸러스에 우승컵을 내준 한을 풀겠다는 각오다.

김상식은 1999년부터 성남(당시 천안)에 몸담은 영원한 ‘성남 맨’. 수비형 미드필더로 수비수가 부상일 땐 포백의 중앙 수비수까지 맡는다.

“유럽 축구를 따라가려면 수비와 미드필더와의 거리가 짧아야 해요. 그런데 우리 수비수들은 뒤로 처져서 하는 플레이에 익숙해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자꾸 상대 쪽으로 밀고 나가라고 지시합니다. 그래야 공을 잡았을 때 바로 미드필더에게 연결해 공격을 쉽게 할 수 있어요.”

김 감독은 김상식이 원래 모습을 되찾은 것에 큰 힘을 얻는다. 김 감독은 “상식이가 우리 팀 수비의 핵이고 정신적으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예전처럼 밝고 활기차게 후배들을 이끌어 보기 좋다”고 말했다.

미야자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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