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곽태휘 13억 울렸다

  • 입력 2008년 2월 18일 02시 59분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왼쪽)가 2-2로 맞선 후반 47분 고기구의 헤딩 패스를 받아 역전 결승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얼굴을 가린 채 침통해하는 중국 선수의 모습과 대비된다. 충칭=연합뉴스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왼쪽)가 2-2로 맞선 후반 47분 고기구의 헤딩 패스를 받아 역전 결승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얼굴을 가린 채 침통해하는 중국 선수의 모습과 대비된다. 충칭=연합뉴스
‘박, 선제-동점골 곽, 결승골’ 한국, 중국 3-2 격파… 북한은 일본과 1-1

30년 묵은 ‘공한증(恐韓症)’은 쉽게 깨지지 않았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17일 중국 충칭 올림픽센터에서 열린 2008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1차전에서 중국에 극적인 재역전승을 거두며 중국전 30년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한국은 박주영(FC 서울)이 두 골을 넣고 신인 곽태휘(전남 드래곤즈)가 역전 결승골을 넣어 3-2로 이겼다.

이로써 한국은 1978년 양국 대표팀이 처음 맞붙어 승리한 이후 30년 동안 16승 11무의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안개가 끼고 이슬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서도 운동장을 메운 3만5000여 팬은 ‘중국 필승’이라고 새긴 붉은 머리띠를 매고 중국 국기를 흔들며 승리를 염원했다. 경기장 앞에서는 젊은이들이 북을 치며 한국의 ‘홍마(紅摩·붉은 악마)’에 맞서 싸우자는 장문의 글을 기둥에 붙인 채 응원단을 모집하기도 했다.

한국은 염기훈(울산 현대), 박주영, 이근호(대구 FC)를 전방에 배치하는 3-4-3, 중국은 주팅과 추보를 앞세운 4-4-2 포메이션으로 출발했다.

한국은 전반 43분 염기훈이 왼쪽 측면을 파고든 뒤 올린 크로스를 받아 박주영이 깨끗한 헤딩슛을 성공시키며 기선을 제압했다. 박주영은 2006년 3월 1일 앙골라와의 친선경기 이후 1년 11개월 만에 A매치에서 골을 넣었다.

그러나 중국은 후반 2분 저우하우빈이 총알 같은 오른발 중거리 슛, 후반 16분 리우지안의 헤딩슛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중국 관중은 일제히 일어서 파도타기 응원을 펼치기도 했지만 흥분도 잠시.

한국은 박주영이 후반 20분 아크 지역 오른쪽에서 그림 같은 프리킥을 성공시키며 2-2 동점을 만들었다.

종료 직전인 후반 47분. 교체 멤버인 고기구가 문전에서 헤딩으로 패스를 해 주자 곽태휘가 이를 받아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재역전골을 넣었다.

지난달 30일 칠레전에서 A매치에 데뷔하고 6일 투르크메니스탄과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선제골을 넣었던 곽태휘는 A매치 데뷔 3경기 만에 두 골을 넣으며 새로운 별로 떠올랐다.

이어진 경기에서 북한은 일본을 상대로 전반 5분 만에 재일교포 정대세가 선제골을 넣었지만 후반 24분 마에다 료이치에게 동점골을 허용해 1-1로 비겼다.

충칭=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 양 감독의 말▼

“젊은 선수들 기회 더 줄 것”

▽허정무 한국 감독=젊은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경기에 집중한 게 승리의 원동력이다. 전반적으로 우리가 경기를 주도했지만 1-0으로 앞선 후반 초반에 2골을 내주며 다소 흔들렸다. 중국의 거친 플레이에 고전했고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실점한 것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한국 대표팀은 A매치 경험이 부족하지만 능력 있는 선수들로 채워졌다. 이들에게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라고 지시했다. 후반에 수비 강화 차원에서 기용한 신예 구자철과 고기구는 가능성을 보여 줬다. 앞으로도 젊은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더 많이 줄 계획이다.

“한국과 대등한 경기 만족”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 중국 감독=2-1로 앞선 상황에서 박주영의 프리킥을 막지 못한 게 뼈아팠다. 한국에 지긴 했지만 후반 중반까지 대등한 경기를 했다는 데 만족한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지역 예선에 앞서 좋은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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