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전 결승골 터뜨린 ‘허정무호 황태자’ 곽태휘

  • 입력 2008년 2월 19일 02시 59분


평발… 공에 왼쪽눈 맞아 수술… 방출 슬럼프 딛고 첫 태극마크…

시련 끝에 핀 ‘그라운드 인동초’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졌다.”

‘깜짝 스타’ 탄생을 표현하는 이 말은 한국축구대표팀 수비수 곽태휘(27)에게도 해당된다. 그는 A매치(축구대표팀 간 경기) 3경기 만에 축구팬들의 관심을 단숨에 끌어 모으고 있다. 17일 2008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중국과의 1차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역전 결승골을 넣으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볼을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터뜨린 강력한 오른발 터닝슛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가 A매치에 데뷔한 것은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열린 칠레와의 평가전. 이어 6일 투르크메니스탄과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선 선제골을 넣었다. 설날 하루 전의 이 골로 그는 국민에게 시원한 선물을 안겼다.

그는 대표팀에서 오른쪽 수비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자주 공격에 가담해 골을 넣는다. “골을 넣을 때마다 엄청나게 짜릿한 흥분을 느낀다”는 공격 본능을 숨기지 못한다.

17세 때 대구공고에서 뒤늦게 축구를 시작했고 평발의 어려움을 이겨내야 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공에 맞아 왼쪽 눈의 망막이 찢어져 수술을 받기도 했다. 이로 인해 왼쪽 눈 시력이 나빠졌다.

중앙대를 졸업한 그는 2005년 FC 서울에 입단했으나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지난해 7월 전남 드래곤즈로 이적하면서 허정무 감독의 눈에 들었다. 허 감독과의 인연에 대해 “운이 좋은 것 같다”고 표현했다.

출중한 외모로 ‘제2의 안정환’이라는 말이 돌고, 수비수이면서도 골을 넣는 모습에 대해서는 홍명보를 닮았다고 해서 ‘곽명보’라고 불리기도 한다.

2006년 2년 연상의 강수연 씨와 결혼한 그는 아직 미완성이다. 골을 넣어 일약 유명해지기는 했지만 본연의 역할인 수비 능력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17일 중국전에서 그는 득점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수비에서는 중국의 두젠유를 비롯한 오른쪽 측면 돌파를 자주 허용해 일대일 수비 능력은 개선해야 할 ‘숙제’로 지적됐다.

FC 서울에서도 이 같은 점이 지적돼 셰놀 귀네슈 감독의 눈에 들지 못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곽태휘는 실력이 급성장했고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발 빠른 상대 공격수에 대한 대인 방어 능력을 좀 더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충칭=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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