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기는 올려도 태극기는 안된다?

  • 입력 2008년 2월 27일 03시 01분


‘미국은 되지만 한국은 안 된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평양에서 역사적인 첫 공연을 한 26일 북한은 한국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남과 북의 축구 관계자들은 26일 개성 자남산 여관에서 만나 다음 달 26일 평양에서 열리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과 관련한 제2차 실무회담을 개최했지만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대한축구협회 조중연 부회장과 고승환 대외협력국장이 참석한 회담에서 북한은 5일 제1차 실무회담 때 “공화국에서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는 없었다. 한반도기와 아리랑을 쓰자”고 했던 주장을 되풀이했다. 월드컵 예선에선 국제축구연맹(FIFA)기와 페어플레이기, 그리고 양국 국기가 경기장에 게양돼야 하고 선수들이 도열한 뒤 양 팀 국가가 연주돼야 한다는 FIFA의 규정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평양에선 1948년 이후 6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의 성조기가 게양됐고 미국 국가도 연주됐다. ‘철천지원수’라던 미국은 인정하면서 한 민족임을 강조해 온 한국은 철저하게 부정됐다. 반면에 한국은 2005년 동아시아선수권대회 등 한국에서 열린 각종 스포츠 행사에서 4번이나 인공기 게양과 북한 국가 연주를 허용했다.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가 없다면 경기를 절대 할 수 없다”고 못 박은 축구협회는 FIFA에 중재를 요청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FIFA는 먼저 규정대로 경기를 치르도록 북한을 설득하고 그래도 거부하면 제3국에서 경기를 치르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에는 북한의 몰수 패를 선언할 수도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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