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기 코미디 배우 레이 로마노 씨는 핸디캡 13의 골프 마니아이다. 그는 가끔 라운드 때 자신의 골프공을 식별하기 위해 아내의 이름을 써넣는다. 공을 진짜 세게 치고 싶을 때 효과 만점이란다. 물론 우스갯소리일 것이다.
로마노 씨의 경우와는 좀 다르지만 골프장에서는 자신과 동반자의 것을 구별하기 위해 공에 표시를 하기도 한다. 특히 같은 제품의 공을 쓸 가능성이 높은 투어 프로의 경우에는 남다른 마크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낸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장정(기업은행)은 올 시즌부터 태극기를 그려 넣고 있다. 장정은 최근 타이틀리스트 CF에도 등장해 태극기를 지구촌에 널리 알리고 있다. 이 광고는 3·1절인 1일부터 국내에도 방영된다. 다만 공 표면이 딤플 때문에 울퉁불퉁해 정확한 사괘를 그릴 수 없어 아쉽다고.
‘돌부처’ 이선화(CJ)는 붉은색과 노란색을 조합한 꽃을 꼼꼼하게 그려 넣는다. 지난해 LPGA투어 신인왕인 브라질 교포 안젤라 박은 포르투갈어로 ‘예수는 너를 사랑한다’라는 뜻의 ‘Jesus te ama’라는 문구를 적는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뛰는 닉 오헌은 모국 호주를 대표하는 캥거루가 트레이드마크. 아일랜드 출신 선수들은 자국을 상징하는 ‘세 잎 클로버’가 단골 메뉴인데 행운과 애국심을 나타내기 위해서다.
마크가 제각각인 것처럼 선수마다 선호하는 공의 번호도 각양각색이다. 국내 선수는 대개 느낌이 안 좋다며 ‘4’자를 멀리 한다. 지난해 국내 최강으로 군림한 김경태(신한은행)는 ‘1’자는 보기를 떠올린다며 주로 2, 3을 사용한다.
‘흑진주’ 비제이 싱(피지)은 목-금-토-일 라운드에 맞춰 1-2-3-4로 공을 바꾼다.
지난주 LPGA투어 필즈오픈 챔피언인 ‘핑크 공주’ 폴라 크리머(미국)는 마크가 필요 없기도 한데 눈에 띄는 분홍색 공을 써서다.
한편 세계 1위의 골프공 업체 타이틀리스트 제품을 판매하는 아쿠쉬네트 코리아는 이달 말부터 볼 마크 경연대회를 열어 입상자에게 상품을 제공할 계획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