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의 끈끈함이냐 스타의 예리함이냐

  • 입력 2008년 3월 5일 02시 58분


대학동기 이상윤-정덕화감독

女프로농구 PO 4강서 격돌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맞붙게 된 이상윤(46) 금호생명 감독과 정덕화(45) 삼성생명 감독은 82학번 동기다.

정 감독이 1963년 2월생이라 둘 다 81학번이어야 하지만 학창 시절 농구를 하느라 1년씩을 쉬는 바람에 고교와 대학 시절을 함께 보내 서로 트고 지낸다.

이 감독은 선수와 감독으로 험난한 길을 걸은 반면 정 감독은 엘리트 코스를 밟아 대조를 이룬다.

이 감독은 성균관대 출신으로는 처음 당시 실업 최강 삼성에 입단했지만 만년 후보로 지내다 1988년 은퇴 후 삼성전자 영업사업으로 업소용 냉장고를 팔았다. 그래도 농구에 미련이 남아 농구단 프런트로도 일했던 그는 부도 사태를 겪은 코리아텐더 감독을 거쳐 SK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성적 부진으로 중도 하차하는 아픔을 겪었다.

연세대를 졸업한 정 감독은 1986년 기아 창단 멤버로 입단해 농구대잔치 최우수선수에 뽑혔으며 남자프로팀 LG 코치를 거쳐 SBS 감독과 여자프로팀 현대 감독 등을 두루 거쳤다. 2004년 삼성생명 감독 부임 후에는 우승 경력도 있다.

이들은 리더십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이 감독은 따뜻한 이미지로 끈끈한 팀워크를 강조해 최근 두 시즌 연속 꼴찌였던 금호생명을 정규리그 3위에 올려놓았다.

정 감독은 냉철한 경기 운영과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앞세워 스타 군단 삼성생명을 이끌고 있다.

남자프로농구 2003∼2004시즌에 이 감독은 코리아텐더의 4강 돌풍을 일으켰고 정 감독의 SBS는 8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당시 상대 전적은 SBS가 오히려 4승 2패로 우위였다.

올 시즌 금호생명은 삼성생명과 똑같이 22승 13패를 올렸지만 상대 전적에서는 3승 4패로 뒤졌다.

주전 의존도가 높은 삼성생명은 8일부터 시작되는 4강전(5전 3선승제)에서 단기 승리를 노리고 선수층이 두꺼운 금호생명은 장기전으로 몰고 가야 승산이 있다.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꿈꾸는 이 감독과 정 감독의 지략 대결이 벌써부터 흥미롭기만 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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