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제주도 첫 전지 훈련장. 당시 ‘센테니얼’로 불리던 때였다.
이광환 감독은 한국야구위원회(KBO) 마크가 새겨진 잠바를, 이순철 수석코치는 검은색 스포츠 잠바를, 주성로 스카우트팀장은 등에 ‘沖岩(충암)’이라고 적힌 충암고 야구부 잠바를 입었다. 선수들은 현대 유니폼 차림이었다. 너무 어색했고 웃음마저 나왔다.
그날 밤 코칭스태프와 소주잔을 기울였다. 술이 한 순배 돌자, 이 감독이 말을 꺼냈다. “사실 잠바를 벗을 수가 없더라고. 안에는 LG 유니폼이었거든.” 이 감독의 말에 쓴맛이 배어나왔다. 이번에는 웃을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옷을 사려고 대형 할인매장에 갔는데 맞는 게 없었어요. 집에 있는 롯데 유니폼을 가져올 수도 없고….” 윤학길 코치 얘기다.
부랴부랴 떠난 전지훈련. 그래도 유니폼 생각을 못했을 리 없다. 하지만 새 구단에서는 아무 얘기가 없고, 운동복은 입어야겠고, 그렇다고 옛 유니폼을 입을 수는 없고, ‘잡히는 대로’ 입고 온 것이다.
우울한 소식은 연달아 들려왔다. 코칭스태프의 연봉은 다른 구단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쳤다. 전담 코칭스태프가 부족해 1인 2역을 하는 것도 모자라 이들은 야구장의 돌을 줍고, 안전망을 보수하는 허드렛일까지 했다.
힘든 일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 같다. 시범경기에 사용할 목동구장 공사가 아직 덜 끝나 대체 구장을 찾는다고 한다. 주전 선수 몇 명과의 연봉 계약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제주도에 있을 때 이 감독에게 물었다. 굳이 왜 컴백을 하셨느냐고. 노근한 오후 햇볕 속에 잠시 상념에 잠긴 그의 답은 이랬다. “뱃사람이 뱃전에 있어야지요.”
야구에 대한 미련을 갖고 돌아왔지만 이 감독을 비롯한 히어로즈 코치들은 가장 마음고생이 심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