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스포츠 클라이밍을 시작하게 됐나.”
“그냥.”
“어떤 계기로 하게 됐느냐는 말이다.”
“그냥 재밌을 것 같았다.”
“그 전에 검도를 했다고? 그건 왜 했나?”
“…. 유산소운동으로 좋은 것 같아서.”
그는 지난달 11일 루마니아 부슈테니에서 열린 국제산악연맹(UIAA) 빙벽 등반 월드컵 2차 대회 난도(고난도 코스를 누가 더 높게 오르는지를 겨루는 경기) 부문에서 깜짝 우승했다. UIAA 주최의 국제 스포츠 클라이밍 대회에서 한국인이 우승하기는 처음이다. 스포츠 클라이밍 경력 5년도 안 된 신참이 세계적인 강자들을 모두 눌렀다. 월드컵 출전도 그때가 겨우 두 번째였다.
그런데 이어 스위스에서 열린 월드컵 3차 대회에선 예선 성적 상위 8명이 겨루는 결선에서 꼴찌였다. 부진 이유는 간단했다. 힘이 너무 넘쳤다는 것.
“예선을 치르며 다른 선수들을 보니까 실수만 안 하면 우승하겠다 싶었다. 첫 동작을 조심스럽게 했어야 하는데 그만 힘이 넘쳐 피켈을 확 잡아끌다 미끄러져 버렸다.”
지난주 일본에서 열린 빙벽 대회에서 그는 또 우승을 하고 돌아왔다. “대회 수준이 낮았다”고 그는 짧게 답했다.
그를 오랫동안 지켜봤던 대구파워클라이밍센타 지도자 이정옥(37) 씨는 그를 ‘노력파’로 정의했지만 그의 이력을 보면 동의하기 쉽지 않다.
암벽 등반을 시작한 지 1년도 안 돼 빙벽 등반을 시작했고 빙벽을 시작한 지 1년 뒤인 2005년 초 주변 사람들에게 떠밀리다시피 출전한 국내 대회에서 준우승을 했다. 그 다음 대회 때는 우승. 장비도 없어 대회장에서 빌려 썼다. 대회마다 상금을 타서 하나씩 장비를 마련했다. 신윤선은 그렇게 덜컥 ‘빙벽 1인자’가 됐다. 스폰서가 생겼고 그대로 직업이 됐다. 한 선수가 빙벽과 암벽을 모두 잘하기는 어렵다. 쓰는 근육과 기술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암벽 부문에서도 국내 2위에 올라 있다. 온통 굳은살로 덮인 그의 손바닥만이 그간의 노력을 짐작하게 할 뿐이다.
지금 그의 관심사는 온통 클라이밍뿐이다. 1999년에 대학(경일대)에 입학했는데 아직 졸업을 못했다. 2003년 스포츠 클라이밍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휴학 중이다.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하면 골치 아플 것 같아서”가 그 이유다.
남자 친구? 당연히 없다. 역시 답은 “골치 아플 것 같아서”다.
:신윤선은 누구?:
▽1980년 4월 15일 대구 출생 ▽출신교=대구 수성초-풍기중-남산여고-경일대(휴학 중) ▽체격=170cm, 56kg ▽가족=1남 1녀 중 맏딸 ▽별명=왕발(손발이 커서) ▽스포츠 클라이밍을 계속 하는 이유=“클라이밍하는 내 모습이 너무 멋있게 느껴져서” ▽주요 경력 △2006년: 오투월드 아이스클라이밍대회 난도 1위 △2007년: 제11회 설악국제빙벽대회 난도 1위, 속도 1위 △2008년: UIAA 빙벽 등반 월드컵 2차 대회 난도 1위, 3차 대회 난도 8위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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