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불펜으로 우승 꿈꿨는데 미안하다 친구…네몫까지 뛰마”

  • 입력 2008년 3월 7일 02시 46분


우리는 친구이자 라이벌 5일 베이징 올림픽 예선 최종 엔트리 발표 후 운명이 엇갈린 SK 김광현(왼쪽)과 두산 임태훈이 어깨동무를 하며 우정을 과시하고 있다. 타이중=황태훈  기자
우리는 친구이자 라이벌 5일 베이징 올림픽 예선 최종 엔트리 발표 후 운명이 엇갈린 SK 김광현(왼쪽)과 두산 임태훈이 어깨동무를 하며 우정을 과시하고 있다. 타이중=황태훈 기자
엔트리서 남고 빠지고… 올림픽 야구 대표 김광현과 임태훈

야구로 맺어진 두 친구가 있다. 하지만 한 명은 살아남았고 한 명은 짐을 쌌다.

베이징 올림픽 야구 2차 예선 대륙별 플레이오프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 김광현(SK)과 탈락한 임태훈(두산). 스무 살 동갑내기인 둘의 인연은 남다르다. 둘은 2006년 쿠바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미국을 4-3으로 꺾고 우승을 이끈 주역이다. 왼손 김광현(당시 안산공고)은 에이스였고 오른손 임태훈(서울고)은 선발과 마무리를 오갔다.

프로에 데뷔한 지난해부터 둘의 희비는 희한하게도 쌍곡선을 그렸다.

임태훈은 7승 3패 20홀드에 평균자책 2.40으로 일생에 한 번뿐인 신인왕을 거머쥔 반면 김광현은 3승 7패에 평균자책 3.62로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러나 SK와 두산이 맞대결한 한국시리즈에선 김광현이 웃었다. 성인 대표팀도 발탁 과정부터 희비가 엇갈렸다. 임태훈은 지난해 올림픽 1차 예선에선 대표팀 상비군에 이름을 올렸지만 김광현은 부름을 받지 못했다.

이번 최종 예선에서는 두 사람 모두 대표팀 후보가 됐다. 둘은 대만 전지훈련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했다. 김광현은 지난달 27일 대만 프로팀 중신과의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을 1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막았다. 임태훈도 지난달 25일 단국대와의 연습경기, 29일 자체 청백전에서 각각 4이닝과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하지만 5일 최종 엔트리 발표에서는 김광현만 남았다. “임태훈은 중간 계투로 활용하려 했지만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투수를 우선 기용하기로 했다”는 게 김광수(두산) 수석코치의 얘기다.

임태훈의 얼굴은 어두웠다. “광현이는 선발, 저는 불펜으로 멋진 경기를 하고 싶었는데 아쉬워요. 다니엘 리오스(야쿠르트)에게 전수받은 투심과 한기주(KIA) 선배에게 배운 슬라이더를 써 보려 했는데….”

김광현도 마음이 편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태훈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제 얘기를 잘 들어줬던 믿음직한 친구죠. 함께 뛰길 바랐는데 또 기회가 있겠죠.”

임태훈은 “광현이가 맹활약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지난해 태훈이를 보면서 기분이 좋았다. 올 시즌에는 태훈이와 멋진 대결을 펼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임태훈은 야구공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다음에는 꼭 국가대표에 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김광현은 그런 임태훈의 마음을 풀어 주려는 듯 “태훈이는 소녀 팬이 많아 좋겠다”고 말했다.

타이중=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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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 : 황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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