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몸을 이끌고 젓가락을 포장하거나 목욕탕 청소를 하면서 뒷바라지를 한 부모님, 청소년기를 보낸 부산의 달동네, 고교 1년 때 키 183cm에 몸무게는 60kg….
힘겨운 상황이 부각되면서 김주성은 어버이 날이나 연말이 되면 인간 승리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했다. 그런 김주성이 요즘 들어 자신에게 드리워진 그림자를 걷어내고 한층 밝아졌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말수와 유머 감각이 부쩍 늘었고 경기 때 쇼맨십을 보이기까지 한다. 최근 올스타전에서는 자유투를 어이없게 블록슛 하는 등 엉뚱한 행동으로 최우수선수(MVP)에 뽑히기도 했다. 당시 용병 자료 수집을 위해 일본 출장을 다녀온 강동희 동부 코치는 귀국 후 “올스타전 MVP는 끼가 많아야 된다. 숫기가 적은 주성이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놀라워했다.
김주성은 서른을 앞둔 자신이 달라진 데 대해 “변신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한다. 세월이 흘러 한국 농구의 대표 선수로 성장했기에 언제까지 ‘과거’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극적이고 조용하던 모습에서 탈피해 적극적으로 팬들에게 다가서고 코트에서도 더 적극적인 플레이를 펼치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언론 인터뷰를 앞두고는 미리 어떤 말을 할까 연구도 합니다.” 삼성 프런트 시절 10년 가까이 홍보를 맡았던 전창진 감독 역시 틈나는 대로 김주성의 이미지 개선을 거들고 있다.
올 시즌 김주성은 절정의 기량으로 월간과 올스타전 MVP에 이어 정규리그 MVP를 예약했으며 통합챔피언에 오른다면 플레이오프 MVP까지 유력하다. 사상 첫 ‘단일 시즌 MVP 그랜드슬램’을 노리는 데다 올봄 평생의 반려자를 맞이할 꿈에 부풀어 있다.
진화하는 김주성. 그에게 2008년은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될 것 같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