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용 1년 5개월 만에 이봉주 제치고 국내1위 탈환

  • 입력 2008년 3월 16일 19시 45분


“마라톤은 운동아닌 運道… 노력하는 자엔 누구도 못이겨”

본인은 '오뚝이'라는 별명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마라톤 인생을 보면 그만큼 어울리는 별명은 없다.

김이용(35·대우자동차판매)이 다시 우뚝 섰다. 김이용은 16일 2008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9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2시간11분14초로 결승선을 통과해 국내 선수 1위(전체 7위)를 차지했다. 2006년 김천 전국체전 이후 1년 5개월 만에 국내 1위 자리를 되찾은 것. 김이용은 "초반에 페이스메이커가 너무 빨라 무리했는데 잘 넘겼다. 기록은 목표했던 것만큼 나왔다"고 말했다.

꼭 10년 전인 1998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12분24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던 김이용은 1999년 로테르담 마라톤에서 역대 국내 2위 기록인 2시간7분49초를 찍어 단숨에 한국 마라톤의 차세대 스타로 떠올랐지만 이후 기대에 못 미쳤다.

1999년 '코오롱 사태'로 팀을 이탈한 뒤 무소속, 상무, 강원육상연맹, 구미시청, 국민체육진흥공단 등 여러 팀을 떠돌아다녔다. 하지만 잊혀질 만하면 각종 대회 상위권에 입상해 붙은 별명이 '오뚝이 마라토너'.

김이용은 지인의 소개로 만난 정희정(32) 씨와 지난해 경기도 부천에 살림을 차렸지만 결혼식을 하지 못했다. 팀을 옮겨 다니느라 생활이 불안정했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제주에서 훈련하는데 밸런타인데이(2월14일)에 아내한테 딸(김나은)을 낳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내에게도 미안하고 딸도 보고 싶었지만 참았지요…."

김이용은 자신을 지도하는 백승도 감독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행여 "훈련을 잠시 쉬고 아이 보러 갔다 오라"고 할까봐 걱정이 됐기 때문.

지난해 12월 대우자판으로 팀을 옮긴 김이용은 이를 악물었다. 돌봐야 할 가족이 생겼고 마라톤 인생을 이대로 접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본격적인 훈련 3개월 만에 작은 결실을 맺었다.

"무언가 해보기 위해 팀을 옮겨 다녔는데 이제야 원하던 곳을 찾은 것 같습니다."

대우자판 박상설 단장은 "재기한 김이용에게 포상금으로 3000만 원을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마라톤을 운동이 아니라 운도(運道)라고 했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마라톤을 할 수는 없다는 것.

김이용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다시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마지막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높다.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누구도 이길 수 없습니다. 베이징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뒤 결과를 기다리겠습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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