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 있는 아내에게 우승 소식을 빨리 전해주고 싶습니다."
남자부에서 2시간7분32초로 우승한 케냐의 새미 코리르(37)는 시상식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가족부터 챙겼다. 자녀 3명을 둔 그는 케냐에 형제들까지 11명이 한 집에 같이 산다.
코리르는 이번 대회 참가자 중 2시간4분56초의 가장 빠른 기록을 갖고 있어 우승후보 1순위로 꼽혔고 역시 이름값을 했다. 선두그룹에서 레이스를 벌이다 30km 지점부터 선두로 치고 나간 그는 마지막 1km를 앞두고 스퍼트 해 케냐의 제이슨 음보테(2위·2시간7분37초), 에드윈 코멘(3위·2시간7분45초)을 따돌리고 우승했다.
이날 코리르의 기록은 거트 타이스(남아프리카공화국)가 2004년 대회 때 세운 2시간 7분 6초에 이어 대회 사상 두 번째로 좋은 기록.
코리르는 2003년 베를린 마라톤에서 폴 터갓(케냐)에 1초 뒤진 2시간4분56초의 기록으로 2위를 했던 불운의 마라토너. 세계 마라톤 사상 처음으로 '마의 5분벽'을 깼는데 모든 관심은 그보다 1초 앞서 우승한 터갓에게 집중됐다.
그는 지난해 2월 도쿄 마라톤에서 부상을 당한 뒤 1년 가까이 쉬었다가 복귀한 1월 두바이 대회에서 2시간8분01초로 3위에 오르며 재기에 성공했다.
이후 2개월 만에 다시 나선 이번 대회에서 그 때의 기록을 앞당기며 '노장 파워'를 과시했다.
코리르는 "오늘 날씨도 춥고 바닥이 울퉁불퉁한 구간이 있었는데 우승을 해서 너무 기쁘며 기록에도 만족합니다"라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2003년 이어 5년만에 다시 월계관
여자부 우승 장수징▼
5년 만에 다시 우승 시상대에 선 얼굴엔 42.195km를 쉼 없이 달려온 피로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여자부 우승자인 중국의 장슈징(30).
이번 대회 여자부 참가 선수 중 2시간23분17초로 가장 빠른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장슈징은 이날 처음부터 선두에 나섰고 마지막까지 자신을 따라오던 중국의 왕슈에친(17) 마저 30km 지점부터 멀찍이 따돌리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164cm, 55kg의 장슈징은 2003년 이 대회에서 2시간23분18초로 우승했던 선수. 당시 장슈징에겐 국제대회 첫 우승이어서 서울국제마라톤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2004년, 2005년 연거푸 출전했지만 성적이 좋지 못했고 다시 3년 만에 대회에 출전해 마침내 월계관을 쓰게 됐다.
"첫 국제대회 우승을 했던 대회에서 다시 또 우승하게 돼 무척 기쁩니다. 이번 대회도 사실 베이징 올림픽을 목표로 훈련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훈련양이 적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원래는 2시간 25분 대 기록을 목표로 했지만 이날 그의 기록은 2시간26분11초.
한편 장수징과 30km 지점까지 선두를 다퉜고 결국 2위를 한 왕슈에친도 관심을 모았다. 왕슈에친은 지난해 대련 마라톤에서 16세의 나이로 처음 풀코스에 도전해 2시간45분45초의 기록으로 2위에 올랐던 선수. 이번 대회는 풀코스 두 번째 도전인데 2시간28분39초를 끊어 자신의 최고 기록을 무려 17분 이상 앞당겼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