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이은정도 복통 딛고 국내 1위… 올림픽 티켓
"포기하면 절 응원 해주는 국민들이 실망할 것 같아 결코 그만둘 수 없었습니다."
레이스 초반 케냐 선수들의 빠른 페이스를 따라가다 16.2km 지점에서 뒤로 떨어지기 시작한 '봉달이' 이봉주(38·삼성전자). 길거리에서 열렬히 응원하는 팬들을 한번 쳐다본 그는 17km 지점에서 잠깐 힘을 내며 따라 붙었지만 18km부터 다시 뒤로 처졌다.
그러나 결코 그에게 포기란 없었다.
이런 모습 때문에 이봉주는 비록 2시간12분27초로 8위에 그쳤지만 잠실주경기장으로 달려 들어올 때 가장 큰 환호와 갈채를 받았다. 이날 레이스까지 39번 풀코스에 도전한 이봉주는 단 두 번만 중도에 포기하고 37번이나 완주했다.
마라톤 레이스 때 한번 처지면 다리에 힘이 빠지기 마련. 이봉주는 "제가 그만 두면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잖아요. 그리고 내 페이스에 맞게 뛰면 완주는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라고 말했다.
이봉주는 비록 국제대회 순위에서는 저조했지만 지영준(경찰청)과 김영춘(서울시청) 등 후배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국내 남자 2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보였다. "레이스를 많이 하다보니 힘든 순간 후배들보다 더 잘 참을 수 있는 것 같다"는 그의 말대로 다른 선수들은 포기할 순간에도 언제나 그의 마음은 결승선을 향해 있었다.
지난해 대회에서 2시간8분04초로 극적인 역전 우승을 하며 이미 올림픽 티켓을 거머쥔 이봉주는 당분간 휴식을 취하고 4월 예정인 2008베이징 올림픽 프레올림픽에 출전한 뒤 본격적으로 올림픽 메달을 향한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국 여자마라톤의 간판' 이은정(27·삼성전자)의 정신력도 대단했다. 12km에서 복통이 왔고 30km에서 오른쪽 대퇴부 근육에 미세한 경련이 일어났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당초 목표로 했던 한국기록(2시간26분12초) 경신엔 실패했지만 2시간29분32초로 국내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중앙마라톤 기록과 타이를 이루며 올림픽 티켓을 획득한 이은정은 "1월 골반 부상을 당한 것을 감안하면 만족할만한 기록이에요. 이젠 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다시 뛰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