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서울국제마라톤]“마라톤은 운동 아닌 運道”

  • 입력 2008년 3월 17일 02시 53분


김이용, 국내 1위 탈환

본인은 ‘오뚝이’라는 별명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마라톤 인생을 보면 그만큼 어울리는 별명은 없다.

김이용(35·대우자동차판매·사진)이 다시 우뚝 섰다. 김이용은 16일 2008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9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2시간 11분 14초로 결승선을 통과해 국내 선수 1위(전체 7위)를 차지했다. 2006년 김천 전국체전 이후 1년 5개월 만에 국내 1위 자리를 되찾은 것. 김이용은 “초반에 페이스메이커가 너무 빨라 무리했는데 잘 넘겼다. 기록은 목표했던 것만큼 나왔다”고 말했다.

꼭 10년 전인 1998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 12분 24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던 김이용은 1999년 로테르담 마라톤에서 역대 국내 2위 기록인 2시간 7분 49초를 찍어 단숨에 한국 마라톤의 차세대 스타로 떠올랐지만 이후 기대에 못 미쳤다.

1999년 ‘코오롱 사태’로 팀을 이탈한 뒤 무소속, 상무, 강원육상연맹, 구미시청, 국민체육진흥공단 등 여러 팀을 떠돌아다녔다. 하지만 잊혀질 만하면 각종 대회 상위권에 입상해 붙은 별명이 ‘오뚝이 마라토너’.

김이용은 지인의 소개로 만난 정희정(32) 씨와 지난해 경기 부천에 살림을 차렸지만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 팀을 옮겨 다니느라 생활이 불안정했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제주에서 훈련하는데 밸런타인데이(2월 14일)에 아내한테서 딸(나은)을 낳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내에게 미안하고 딸도 보고 싶었지만 참았지요….”

김이용은 자신을 지도하는 백승도 감독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행여 “훈련을 잠시 쉬고 아이 보러 갔다 오라”고 할까봐 걱정이 됐기 때문.

지난해 12월 대우자판으로 팀을 옮긴 김이용은 이를 악물었다. 돌봐야 할 가족이 생겼고 마라톤 인생을 이대로 접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격적인 훈련 3개월 만에 작은 결실을 보았다.

“무언가 해 보기 위해 팀을 옮겨 다녔는데 이제야 원하던 곳을 찾은 것 같습니다.”

대우자판 박상설 단장은 “재기한 김이용에게 포상금으로 3000만 원을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마라톤을 운동이 아니라 운도(運道)라고 했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마라톤을 할 수는 없다는 것.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누구도 이길 수 없습니다. 베이징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뒤 결과를 기다리겠습니다.”

특별취재반

▽스포츠레저부=권순일 부장, 김화성 전문기자, 장환수 안영식 차장, 이원홍 황태훈 김종석 양종구 이승건 김성규 황인찬 기자

▽사회부=강혜승 이세형 한상준 기자

▽사진부=서영수 부장, 김경제 김동주 차장, 전영한 변영욱 원대연 박영대 김미옥 홍진환 김재명 기자


▲ 영상취재 :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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