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오뚝이’라는 별명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마라톤 인생을 보면 그만큼 어울리는 별명은 없다.
김이용(35·대우자동차판매·사진)이 다시 우뚝 섰다. 김이용은 16일 2008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9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2시간 11분 14초로 결승선을 통과해 국내 선수 1위(전체 7위)를 차지했다. 2006년 김천 전국체전 이후 1년 5개월 만에 국내 1위 자리를 되찾은 것. 김이용은 “초반에 페이스메이커가 너무 빨라 무리했는데 잘 넘겼다. 기록은 목표했던 것만큼 나왔다”고 말했다.
꼭 10년 전인 1998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 12분 24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던 김이용은 1999년 로테르담 마라톤에서 역대 국내 2위 기록인 2시간 7분 49초를 찍어 단숨에 한국 마라톤의 차세대 스타로 떠올랐지만 이후 기대에 못 미쳤다.
1999년 ‘코오롱 사태’로 팀을 이탈한 뒤 무소속, 상무, 강원육상연맹, 구미시청, 국민체육진흥공단 등 여러 팀을 떠돌아다녔다. 하지만 잊혀질 만하면 각종 대회 상위권에 입상해 붙은 별명이 ‘오뚝이 마라토너’.
김이용은 지인의 소개로 만난 정희정(32) 씨와 지난해 경기 부천에 살림을 차렸지만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 팀을 옮겨 다니느라 생활이 불안정했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제주에서 훈련하는데 밸런타인데이(2월 14일)에 아내한테서 딸(나은)을 낳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내에게 미안하고 딸도 보고 싶었지만 참았지요….”
김이용은 자신을 지도하는 백승도 감독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행여 “훈련을 잠시 쉬고 아이 보러 갔다 오라”고 할까봐 걱정이 됐기 때문.
지난해 12월 대우자판으로 팀을 옮긴 김이용은 이를 악물었다. 돌봐야 할 가족이 생겼고 마라톤 인생을 이대로 접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격적인 훈련 3개월 만에 작은 결실을 보았다.
“무언가 해 보기 위해 팀을 옮겨 다녔는데 이제야 원하던 곳을 찾은 것 같습니다.”
대우자판 박상설 단장은 “재기한 김이용에게 포상금으로 3000만 원을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마라톤을 운동이 아니라 운도(運道)라고 했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마라톤을 할 수는 없다는 것.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누구도 이길 수 없습니다. 베이징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뒤 결과를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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