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궂었다. 낮 기온은 섭씨 5도 안팎으로 쌀쌀했고 비까지 흩뿌렸다. 그러나 한국 야구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선수들의 투지는 뜨거웠다.
25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62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사 대한야구협회 공동 주최)는 개막 일주일 만에 참가팀 53개교 가운데 16강을 추려냈다. 대구 지역은 상원, 경북, 대구고가 모두 16강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서울 지역은 13개교 가운데 7개교가 포함돼 강세를 이어갔다. 야구 명문고가 많은 대전 충청과 광주 호남 지역에서는 13개 팀 가운데 광주일고만 2회전을 통과했다.
지난해 서울시 추계리그 우승팀 배명고는 9회 짜릿한 끝내기 안타로 부천고를 4-3으로 꺾었다.
부천고 정삼흠 감독과 배명고 박준태 감독은 프로야구 LG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선후배 사이. 지난해부터 부천고를 맡은 정 감독은 프로에서 통산 106승을 올린 스타. 박 감독은 황금사자기 역사상 유일하게 2년 연속(1983, 84년) 최우수선수로 뽑혔던 아마추어 야구의 전설.
경기 전 박 감독은 “고교야구는 전력 차이가 크지 않다면 결과를 알 수 없다. 작은 실수가 승부를 가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박 감독의 말처럼 두 팀은 실책에 울고 웃었다.
부천고가 먼저 상대 실책 덕을 봤다. 1회 배명고 우익수 실책과 폭투에 이은 2루타로 가볍게 1점을 뽑았고 4회에도 실책으로 1점을 보태 2-0으로 앞서갔다. 배명고는 0-2로 뒤진 6회 1사 2, 3루에서 이천영의 싹쓸이 2루타로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
부천고는 7회 장영석의 적시 2루타로 재역전해 승리를 눈앞에 뒀지만 이번 실책은 부천고의 차례였다.
배명고는 9회 연속 볼넷으로 만든 무사 1, 2루에서 8번 이태초가 친 평범한 땅볼을 부천고 3루수 김덕길이 1루에 악송구한 틈을 타 3-3,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진 2사 만루에서 3번 강인균이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경기를 끝냈다.
막강 타선을 앞세운 서울고와 철벽 마운드를 자랑하는 부산고의 ‘창과 방패’ 대결은 서울고의 4-0 승리로 끝났다. 서울고 선발 안성무는 야구장을 찾은 동문들의 뜨거운 응원 속에 삼진 6개를 솎아내며 8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황금사자기에서 4번이나 우승한 경북고는 설악고(옛 속초상고)를 5-0으로 꺾었다. 경북고는 1회 볼넷으로 진루한 선두 타자 김상수가 2루 도루에 성공한 뒤 희생번트와 안타가 이어져 손쉽게 결승 득점을 올렸다.
대구고는 선발 정인욱이 5와 3분의 2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뺏으며 2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데 힘입어 신일고를 4-0으로 눌렀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