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수의 그라운드 엿보기]남·북이 함께 웃으려면…

  • 입력 2008년 3월 26일 08시 36분


2010남아공월드컵축구 아시아 3차예선 남북전의 경기장소가 우여곡절 끝에 중국 상하이로 최종 결정된 가운데, 오늘(3월 26일) 드디어 킥오프된다. 논란이 됐던 태극기와 인공기가 게양되고, 애국가도 들을 수 있다. 경기 내외적으로 여러 모로 의미있는 경기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여기서, 일련의 협상 과정을 지켜보면서 스포츠와 정치를 별개로 생각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승부보다는 여전히 정치적인 논리와 수익(중계권료, 마케팅 권리)만을 고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북측 입장에서야 평양에서 열리면 많은 남한 응원단이 방문하게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북쪽 사람들과 접촉하다보면 이념과 체제 유지에 어려움이 초래될 것을 우려했을 터이다.

하지만, 이는 스포츠에 정치논리를 개입시켜서는 안된다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이념과는 배치된다. 이런 선례를 남겼다는 자체가 잘못이다. 어쩌면 스포츠를 통해 얼어붙은 한반도를 녹일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더 현명하지 않았을까.

지나간 일을 들추는 것 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이제 집중해야하는 것은 승부일 것이다. 월드컵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서는 누구든 이기고 싶을 것이고, 또 이겨야만 한다.

남북한의 전력을 객관적으로 비교해보면 분명히 한국이 한수 위다. 3월 FIFA 랭킹에서 한국은 47위, 북한은 126위를 기록하고 있고, 역대전적에서도 5승4무1패(공식경기)로 한국이 앞선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남북전은 양측 모두 승리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출전하기에 변수가 많다. 경기 도중 때로는 과격한 행동이나 흥분된 감정을 표출하기도 한다.

북한은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도 선수들의 경기장 심판폭력으로 FIFA로부터 징계 받은 적이 있고, 2005년 3월에는 독일월드컵 최종예선전 이란전을 평양에서 열려했으나 북한 관중 난동으로 다음 경기를 제 3국에서 무관중으로 치른 경험이 있다.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월드컵 예선을 제 3국에서 치르는 마당에 경기 내용 마저 정정당당하지 못하다면 국제적인 망신을 당할 것은 뻔하다는 점이다. FIFA의 ‘10가지 축구인 헌장’에는 ‘경기 규칙을 지키고, 정정당당하게 경기에 임하며, 승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라’ 라고 명시돼있다. 모든 경기에서 페어플레이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경기 중 비신사적인 행동을 극도로 자제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다고 봐주면서 경기를 하라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맨십을 발휘해 이기는 경기를 하되, 깨끗한 승부를 펼쳐달라는 것이다. 남북 모두가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도 웃으면서 격려의 악수를 나눌 수 있는 그런 경기를 했으면 한다.

김 종 환

중앙대학교 사회체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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