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스타에서 삼성 스카우트로 변신한 이선희(54·사진) 씨. 지난해까지 삼성 트레이닝 코치였던 그가 올해부터 유망 투수를 물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씨는 “선수들을 가르치기만 하다가 야구를 보면서 분석하는 일이 쉽지 않다”면서도 “오랜만에 풋풋한 고교야구를 보는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1971년 제25회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남우식 황규봉 정현발 배대웅 등과 함께 경북고 불패 신화의 주역 중 한 명이었다. 당시 황금사자기 대회는 가을에 열려 봄여름 대회 우승팀과 우수 고교만 초청해 한 해의 왕 중 왕을 가리는 결산 대회였다.
이 씨가 느낀 고교야구의 어제와 오늘은 어떨까. “고교야구가 과거에 비해 기술은 좋아졌지만 체력이나 힘은 약해진 것 같아요. 1970년대 고교야구도 요즘처럼 나무 방망이를 사용했지만 홈런 수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았죠.”
아마추어 시절 일본 킬러로 이름을 날린 왼손 투수였던 그는 프로에서는 비운의 투수로 불렸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삼성에서 15승 7패에 평균자책 2.91을 기록했지만 개막전에서 MBC(현 LG) 이종도에게 끝내기 만루홈런,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OB(현 두산) 김유동에게 쐐기 만루홈런을 맞았다. 삼성과 MBC에서 1987년까지 선수생활을 하며 통산 28승 36패에 평균자책 3.35를 기록한 그는 은퇴 후 삼성과 한화에서 코치로 뛰었다.
그의 꿈은 다시 지도자로 복귀해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 “선수로, 코치로 40여 년을 야구에만 매달렸어요. 기회가 된다면 사령탑으로 ‘이선희표 야구’를 펼치고 싶습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