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마운드에 오르자 경기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관중석 가운데에 앉은 프로야구 스카우트의 눈은 일제히 스피드건에 쏠렸다.
“팡” 하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공이 미트에 꽂혔다. 150km. 고교 최고 강속구 투수 성영훈(덕수고 3학년)의 등장은 화려했다.
1-0으로 앞선 4회말 2사 만루의 위기에 세 번째 투수로 나선 그는 삼진으로 간단히 불을 껐다. 9회까지 모두 삼진 7개를 잡고 내야 안타 1개만을 내주며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20일 경주고전에서 올린 최고 구속(152km)보다는 약간 못 미쳤지만 제물포의 방망이는 헛돌았고 어렵게 맞춘 공은 뻗지를 않았다.
“경기에 집중해서 삼진을 몇 개 잡았는지, 배트가 몇 개 부러진지는 잘 모르겠다”며 그는 웃었다.
성영훈은 졸업반 선수 중 최대어. 최근 미국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의 스카우트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기도 했다.
“미국으로 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 진로는 대회 이후 천천히 생각하겠다.”
그는 “팀 사정상 마무리도 뛰고 있지만 선발로 나설 생각도 있다. 프로야구에서 뛴다면 서울 팀이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의 우상은 일본프로야구의 대표 마무리 투수 후지카와 규지(한신). 등번호(22번)도 똑같이 달았단다.
프로야구의 한 스카우트는 “볼이 빠르기는 하지만 볼 끝이 매섭지는 않다. 선동렬 한기주보다는 급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