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야구장에서 고교야구 전국대회 첫 홈런이 터졌다. 19일 대회 개막 이후 10여 일 동안 인천 숭의야구장에서는 4개의 홈런이 나왔지만 펜스까지의 거리가 먼 목동에서는 처음이다.
기념비적인 홈런의 주인공은 광주일고 7번 타자로 나온 3학년 윤민섭(사진). 그는 28일 선린인터넷고와의 8강전에서도 안타, 2루타, 3루타를 고루 쳐내며 3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윤민섭은 야구 명문교인 광주 서림초-충장중을 거쳤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KIA)이 꼭 20년 위의 초중고교 선배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해 고교 1년까지 주로 마운드에 섰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위기를 맞았다. 6개월 넘게 재활을 했지만 지난해 6월 결국 투수를 포기했다.
“방망이만 잡은 게 얼마 안 돼 지난해에는 후보로 뛰었어요. 전국대회에서 주전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결과가 나쁘지 않아 기분 좋네요.”
윤민섭의 아버지는 프로야구 KIA 홍보팀장을 거쳐 2군 총괄을 맡고 있는 윤기두 부장.
윤 부장은 처음에 둘째아들이 야구 하는 것을 말렸다. 화려함 뒤에 숨어 있는 고통을 알기 때문이었지만 아들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윤민섭은 목표를 묻자 머뭇거리더니 대답했다.
“프로 입단, 대학 진학 그런 문제는 나중에 생각할래요. 우선은 그동안 실망시켰던 부모님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