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가르시아 마해영 쾅!쾅!쾅!…롯데의 봄이 왔다

  • 입력 2008년 3월 31일 08시 53분


독수리 요새서 개막 2연전 싹쓸이

로이스터“마해영 솔로 최고”응원

구도(球都) 부산에 봄이 왔다. 대전 하늘에 날아오른 ‘부산 갈매기’들 덕분이다. 꽃샘추위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를 차례다.

롯데는 29일과 30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시즌 개막 2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냉정하게 말하면 올 시즌 126경기 가운데 이제 2승을 챙겼을 뿐이다. 하지만 30일의 ‘1승’은 포기하지 않고 역전을 거듭하는 ‘달라진 롯데’를 만천하에 알리는 선전포고와 같았다.

롯데의 간판 이대호가 선봉장이었다. 1-0으로 앞선 3회 1사 만루. 이대호는 한화 선발 정민철의 바깥쪽 낮은 커브를 절묘하게 걷어올려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올 시즌 1호 그랜드슬램.

이대호는 “외야 희생플라이 정도를 생각했는데 운 좋게 넘어갔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목표는 전혀 없다. 오로지 팀의 4강 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까지는 마땅한 파트너 없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올해는 바로 뒷자리에 카림 가르시아가 있다. 가르시아는 6-7로 뒤진 7회 2사 1·3루에서 역전 3점포를 쏘아올렸다.

그러자 ‘돌아온 장고’가 승리를 완성했다. 마해영은 8회 솔로 아치를 그려 8-7 리드를 9-7로 바꿔놨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덕아웃에서 뛰쳐나와 마해영을 얼싸안았다. 경기 후에는 “마해영의 홈런이 가장 기뻤다”고 했다.

고향팀 유니폼을 다시 입고 때려낸 첫 홈런. 이 쐐기포는 ‘롯데맨’ 마해영의 이름에도 쐐기를 박았다. 그는 “LG 시절에도 항상 롯데 성적이 좋지 않으면 걱정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으면서 “고향팬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롯데에 올 수 없었다. 주전이든 대타든 신경 안 쓰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비장하게 말했다.

이들 뒤에는 로이스터 감독이 있었다. 롯데는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팀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는 평가를 가장 많이 들었다. 로이스터 감독의 ‘자율 야구’가 개성 강한 롯데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냈다는 얘기였다. 선수들을 보듬을 줄도 알았다.

마해영에 대해서는 “믿음을 얻지 못한 채 어렵게 팀에 온 선수라 더 응원하고 싶었다”고 기운을 불어넣었다. 홈런 직전 병살타로 물러났던 마해영이 “한 타석 부진했다고 바꿔버릴 감독이 아니라 끝까지 갈 줄 알았다”고 말했던 이유가 있다.

이대호에게는 “한국 타자 톱 3 가운데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고 치켜세웠다. 선수들이 춤을 출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줬다.

‘달라진’ 롯데는 이제 부산으로 향한다. 1일부터 3일까지 사직구장에서 SK와 홈 3연전을 갖는다. SK는 지난해 4강 길목에서 번번이 발목을 잡았던 ‘천적’ 구단. 사직구장의 만원관중이 힘을 실어줄 수 있을까.

부산에 다시 ‘야구의 계절’이 왔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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