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광주제일고 선발 정성철(3학년)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성영훈에게 집중된 스포트라이트도, 덕수쪽으로 향하던 우승트로피의 향방까지 돌려 버렸다.
선배 정찬헌(LG)과 동료 장민제에 가려 무명이나 다름 없었던 정성철은 이번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MVP를 거머쥐며 새로운 스타로 탄생했다.
가장 힘든 경기였던 충훈고와의 2회전에서 6이닝 노히트 경기를 펼쳤고, 결승전에서는 덕수고의 강타선에 완봉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 평균자책점은 0.00. 15이닝을 투구하는 동안 1점도 내주지 않았으며, 3안타만을 허용했다. 삼진도 이닝보다 많은 22개를 잡아냈다.
생애 최고의 날을 보낸 정성철은 “맞춰 잡는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던졌는데 좋은 성적이 나와 기쁘다. 팀이 우승을 차지하고, 개인적으로 생애 첫 전국대회 MVP까지 수상해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1회 고비를 넘긴 것이 좋은 피칭으로 연결됐다. 완봉에 대한 욕심보다 동료들을 믿고 편안하게 던졌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성철은 시속 143km 직구를 던졌다. 평소구속은 130대 중후반. 슬라이더도 날카롭게 꺾여 덕수고 타자들은 방망이는 계속해서 허공을 갈랐다.
경기장을 찾아 정성철의 피칭을 지켜본 선배 정찬헌은 “직구에 힘이 있었고 변화구의 각도 좋았다. 가능성 있는 투수였는데 큰 대회에서 좋은 피칭을 보여줘 뿌듯하다”며 정성철의 피칭을 칭찬했다.
정성철에게 올해는 고교 진학 첫 해나 다름없다. 오랫동안 어깨 부상으로 마음껏 피칭을 하지 못한데다 그동안 등판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 이번 대회가 투수로 경기에 출전한 첫 전국대회다.
처음으로 밟은 전국대회 마운드에서 MVP까지 거머쥔 정성철은 “남은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둬 프로팀에 지명되고 싶다. 연고팀 KIA 타이거즈의 유니폼을 입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고영준 기자 hotbase@donga.com
임동훈 기자 arod7@donga.com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
사진=조근형 대학생 인턴기자
문자중계=송찬규 대학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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