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의&joy]봄봄…마라톤에 빠진 중년들

  • 입력 2008년 4월 4일 03시 00분


《“우리나라의 이른바 명사들이 조로병에 걸리기 쉬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들은 삶의 목적을 돈과 권력 그리고 세속적인 명예에 두고 그것이 어느 정도 채워지고 난 후에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던 것을 채운 후에는 더 이상 머리를 쓰려고 들지도 않고 새로운 공부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니 조로병에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홍사중의 책 ‘늙는다는 것, 죽는다는 것’에서》

마흔이 넘으면 불혹(不惑)인가? 어림없는 소리.

슬슬 ‘부록 인생’이 되어간다는 의미다.

쉰이 넘으면 지천명(知天命)인가?

아니다. 백수가 ‘지천’이라는 얘기다.

요즘 대한민국 4050은 위태롭다. 간짓대 끝에 아슬아슬 앉아있는 잠자리 한 마리 같다.

적막강산이다. 그까짓 명예도 돈도 잊은 지 오래다.

하지만 이 생각 저 생각에 머릿속에 쥐가 난다.

가슴 속에 천불이 난다. 3월 16일 서울 국제마라톤 참가자는 모두 2만5007명.

이 중 40대가 1만3208명으로 52.8%, 50대가 4392명으로 17.5%를 각각 차지했다.

4050이 70%를 넘는다. 왜 달리는가?

4050은 말한다. “우선 머릿속이 맑아져서 좋다.”

“달리다 보면 자신감이 생긴다.” “아프면 나만 손해…몸이 튼튼해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바빠야 늙지 않는다.”

이들은 대부분 틈틈이 자투리 시간을 내어 달린다.

휴일엔 동호회원들과 20∼30km를 달리며 행복감을 느낀다. 마라톤으로 가파른 중년의 고개를 즐겁게 넘는 사람들.

마라톤에 빠진 4050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시민들이 응원해줘 후반 갈수록 힘나요

○ 김옥분(47·157.5cm 48kg) 씨

주부. 풀코스 완주 7회. 개인 최고 기록 3시간 29분 16초. 2007 서울국제마라톤 여자마스터스 3위. 2007 중국단둥하프마라톤 3위. 10여 년 동안 생활체육 배드민턴과 바다수영 경력. 2006년 남편(최고기록 3시간 28분)이 참가하는 마라톤대회에 따라갔다가 발을 딛게 됐다. 가톨릭마라톤동호회 회원들과 남산 순환코스에서 연습한다.

“길가 시민들의 뜨거운 박수와 응원은 마라톤에서만 느낄 수 있는 멋진 매력이다. 3월 동아마라톤에선 심한 감기로 제대로 연습을 못해 3시간 40분에 골인했다. 내년엔 3시간 20분대로 뛰고 그 다음 조금씩 기록을 앞당기고 싶다. 올해는 앞으로 2번쯤 더 풀코스를 완주할 계획인데 그를 위해 연습거리를 좀 더 늘려야 한다. 레이스 중반엔 힘이 들지만 오히려 후반으로 갈수록 더 힘을 내는 스타일이다.”

뛰다보면 머리속 잡념 없어져서 좋다

○ 이영중(53·164cm 66kg) 씨

璲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