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년 리그였던 1997년 두 팀의 전신인 나래(현 동부)와 SBS(현 KT&G)가 4강전을 치렀다. 당시 윌리포드와 해리스, 정인교 등을 앞세운 나래는 SBS를 4승 1패로 제치고 챔피언전에 오른 뒤 기아에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 후 나래는 TG삼보로 문패를 바꾼 뒤에도 SBS와 묘하게 감정 대립 양상을 보이며 맞대결에서만큼은 결코 지지 않으려고 애썼다.
이제 11년 만에 동부와 KT&G가 5일부터 시작되는 4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에서 다시 만났다.
1997년에는 고교생이던 동부 김주성과 당시 고려대 중퇴 후 나래의 연습생 신분이던 KT&G 주희정이 어느덧 소속팀의 간판스타로 성장했다. 부산 동아고 선후배인 이들은 올 정규리그에서는 경기 도중 거친 언쟁을 벌이다 둘 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테크니컬 파울에 의한 퇴장을 경험할 정도로 승리에 대한 의지가 대단했다.
동부 전창진 감독과 KT&G 유도훈 감독도 용산고 4년 선후배지만 서로 농구를 보는 관점이 대조적이며 잘 어울리는 동문들도 갈린다.
동부와 KT&G는 팀 컬러도 다르다.
동부가 김주성과 오코사, 딕슨을 활용한 높이를 강조하는 정통 스타일이라면 KT&G는 주희정과 챈들러, 커밍스가 코트 안팎을 휘젓고 다니는 변칙 농구에 가깝다.
한국농구연맹의 자료에 따르면 KT&G는 평균 경기 시간이 2시간에 육박한다. 그만큼 파울이 많고 선수 교체도 잦다. KT&G는 5반칙 퇴장 랭킹 ‘톱10’에 챈들러(9회) 김일두(8회) 이현호(6회)가 포함돼 있어 10개 구단 중 최다다. 4강전에서도 KT&G는 김일두의 부상에 따라 이현호 윤영필 김태완 등이 번갈아 김주성을 밀착 마크할 것으로 보이지만 엄격한 심판 판정 속에서 자칫 파울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올 정규리그에서 동부는 KT&G에 4승 2패로 우위를 지켰다. 골밑의 강세 속에 탄탄한 수비로 주희정의 어시스트 개수를 평균 2개 가까이 떨어뜨린 덕분이다.
동부의 승리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KT&G가 어떤 묘책을 들고 나올지가 흥미롭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