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승우, 요즘 한화서 ‘살’맛 난다

  • 입력 2008년 4월 5일 08시 17분


메이저리그 20승 투수란 KIA 호세 리마의 시속 141km 직구를 받아쳐 우전안타를 뽑아냈다. 곧이어 2루를 훔쳤다. 다음 타석에서도 1루에 출루한 뒤 후속 고동진의 우전안타 때, 3루까지 내달렸다. 이어 클락의 좌익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아 선취 득점을 올렸다.

1-1로 맞서던 8회 결승 득점도 그의 몫이었다. 투아웃 이후 KIA 좌완 문현정을 상대로 발로 번트 안타를 만들어냈다. 고동진의 타석 때 3루까지 질주한 그는 클락의 결승 3점홈런이 터지자 만세를 부르며 홈 베이스를 밟았다.

4월 4일 대전구장 전광판 맨 위에 추승우란 이름이 찍혀 나왔다. 경기 전 만난 그는 여유가 배어있는 웃음을 보여줬다. 전 소속팀 LG에선 볼 수 없었던 미소였다.

작년 10월, 추승우는 LG에서 방출됐다. 살만 찌면 가능성이 있다란 말을 믿고, 상무 시절 12kg을 늘리기도 했다. 제대한 뒤에도 체중 유지를 위해 억지로 밥을 먹었다. 그러나 체질이 아닌 듯 힘든 운동을 하면 살은 다시 빠져버렸고, 내야 수비 부실과 펀치력 부족에 발목 잡혀 결국 LG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방출 통보를 듣고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다”는 추승우에게 2주 후 운명의 전화가 걸려왔다. 김정무 한화 스카우트 팀장은 “김인식 감독님이 너를 데려오고 싶어하신다”라는 메시지를 전했고,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살을 찌워서 중거리포 내야수로 키우려던 LG와 달리 한화는 몸무게에 대한 스트레스를 전혀 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발과 컨택트 능력을 평가해줬다. 수비의 약점도 외야로 전환시켜 상쇄시켰다.

김인식 감독의 날카로운 눈은 이번에도 어김없었다. 팀은 비록 개막 5연패 중이지만 추승우는 1번타자 겸 주전 외야수를 꿰찼다. 예전엔 언제 2군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부담 속에서 야구를 했지만 이젠 풀타임으로 뛰려면 어떻게 체력을 안배할지를 고민할 정도로 입지가 탄탄해졌다.

현재 체중 72kg인 추승우는 야구선수로선 호리호리하지만 모델을 연상시키는 몸매와 마스크는 LG의 간판타자 박용택을 연상시킨다.

추승우는 “개막 5연패 중이지만 한화는 일희일비 않는다”라고 말했다. 선수의 개성을 존중하고, 부담을 줄여주는 한화의 케미스트리에 추승우는 무척 만족하는 눈치였다. 김인식 감독의 저력이기도 하다.

김영준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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