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화제! 이사람]韓프로복싱의 첫 일본인 기무라 하야토

  • 입력 2008년 4월 11일 02시 59분


일본인 최초로 한국 프로복싱 챔피언이 된 기무라 하야토. 그는 “진정한 강자로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모두 인정받은 뒤 세계 챔피언을 노리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원홍 기자
일본인 최초로 한국 프로복싱 챔피언이 된 기무라 하야토. 그는 “진정한 강자로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모두 인정받은 뒤 세계 챔피언을 노리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원홍 기자
‘일본인이면서 한국 복싱의 자존심이 된 청년.’ 기무라 하야토(19)는 한국인의 피가 섞이지 않은 순수 일본인이다.

그런 그가 지난해 12월 프로복싱 슈퍼플라이급 한국 챔피언이 됐다. 일본인으로서는 최초이고 외국인으로서는 역대 4번째 한국 챔피언.

최근 KO승으로 1차 방어를 마쳤다. 그를 둘러싸고 한국과 일본 프로복싱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일부 일본 팬이 그에 대해 “일본에서 챔피언이 되지 않은 것은 일본 프로복싱을 피한 것이 아닌가. 한국 챔피언 실력 좀 보자”며 도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를 지도하고 있는 서울 성동구 금호동 빅스타 복싱체육관의 유연수 관장은 “일본 누리꾼들의 악성 댓글 때문에 일본에서 실력을 보여 주기로 했다. 일본 도쿄 고라쿠엔 경기장에서 조만간 일본 선수와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기무라는 한국과 일본 프로복싱의 자존심과 우정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일본 요코하마 출신인 그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복싱선수가 되기로 일찍 마음을 굳혔다. 16세 때인 2005년 6월 태국에서 프로 데뷔를 했다. 일본은 17세 미만의 선수가 프로 선수가 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는 17세가 되자 일본에 돌아갔으나 프로 테스트를 받지 못했다. 일본에서의 활동 경력이 없어 좀 더 있다 받으라는 것이었다.

요코하마에서 그를 지도했던 히라노 도시오 사쿠라체육관 회장은 이때 한국의 유연수 관장에게 전화를 했다. 유망한 선수가 일찍 프로 선수로 활동하는 것을 돕기 위해 자신이 믿고 맡길 수 있는 한국 복싱인을 찾은 것이다. 유 관장은 기무라를 기꺼이 맡아 지도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프로 자격증을 받은 뒤 기무라의 첫 상대는 일본 프로복서였다. 지난해 3월 일본 7위의 선수를 보기 좋게 꺾었다.

현재 9전 9승(5KO)의 무패 행진을 하며 동양 랭킹(동양태평양복싱연맹·OPBF) 4위에 오른 기무라는 세계 챔피언에 도전할 수 있는 재목으로 꼽힌다.

기무라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훈련하고 있다. 경기가 없을 때면 일본에서 지낸다. 하루 6시간씩 광고용 전단을 돌리며 아르바이트를 한 뒤 전철로 한 시간가량 떨어진 히라노 회장의 체육관에 가서 몸을 푼다.

하지만 경기가 있을 때는 한국으로 와서 유 관장의 지도하에 훈련에만 전념한다. 유 관장은 “로드워크 시간을 시계처럼 잘 지킨다”며 성실한 훈련태도에 흡족한 표정이다.

기무라는 “한국에 있을 때는 한국이 좋고 일본에 있을 때는 일본이 좋다”고 말한다. 슈거레이 레너드(미국)를 좋아한다는 그는 “이제 한국 챔피언이 됐으니 일본 챔피언 벨트는 필요 없다. 목표는 오로지 세계 챔피언이다”라고 말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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