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10일 롯데의 홈 개막전이 열린 사직구장. 평일이지만 3만 명의 만원 관중이 들어찼다. 수원에서 개막 3연승을 거둔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롯데는 LG에 졌다. 이후 순위가 내려갔고 관중도 비례해서 줄어들었다.
올해 4월 2일 사직구장. 많은 팬이 이른 시간부터 야구장을 찾았다. 전날 홈 개막전을 포함해 롯데는 3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부산 북구 덕천동에 사는 허보석(49) 씨는 말했다. “롯데가 작년에도 초반에는 잘했잖아요. 올해는 기대가 큰데 이번에도 못하면 안 올 겁니다.” 이날 SK를 꺾고 개막 4연승을 질주한 롯데는 그 뒤로도 2주 가까이 선두를 지키고 있다.
○ 경기당 관중 2만4838명 ‘흥행 태풍’
14일 현재 프로야구 관중은 지난해 같은 경기 수와 비교해 28% 늘었다. 원동력은 경기당 2만4838명을 불러 모으고 있는 롯데. 지난해와 비교해서 40%나 증가했다. 주말은 만원이고 주중에도 빈자리를 찾기 힘들다. 80%가 넘는 좌석 점유율로만 보면 메이저리그 관중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지난해 13경기를 치렀을 때 롯데는 선두 SK에 2.5경기 뒤진 4위였다. 올해는 4위 우리보다 2경기 앞선 단독 선두다.
○ 로이스터식 ‘자율 야구’에 집중력 높아져
지난해 같은 기간 롯데의 팀 타율과 평균자책은 8개 구단 가운데 1위였다. 잘 때리고 잘 던지고도 승부처에서 번번이 고배를 들었다. 올해 평균자책(3.16)은 선두이고 타율은 2위(0.289)이다. 하지만 실책이 줄고(15개→7개), 득점(59점→78점)이 늘어나는 등 집중력이 좋아졌다. 출루율(0.350→0.373)도 1위가 됐다.
8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마해영은 롯데의 선전에 대해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생각하는 야구를 하게 한다”고 말했다.
“시범경기 때 비가 와서 쉬었는데 경기가 없는 다음 날 또 쉬라는 거예요. 이런 적이 없어 불안했죠. 그렇다고 훈련을 안 할 수 있나요. 프로이니 알아서들 하는 거죠.”
홈런과 번트 수의 변화도 눈에 띈다. 홈런은 4개에서 13개로 껑충 뛰었고 희생번트는 15개에서 3개로 확 줄었다. 무사나 1사에서 주자가 나가더라도 번트 대신 강공을 택했고 성공률도 높았다.
프로야구의 한 관계자는 우스갯소리처럼 이런 말을 했다. “외국인 감독과 선수 사이에는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 꼭 필요한 말만 하기 때문에 괜한 오해가 쌓일 일이 없을 것이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숱하게 등장했던 자율 야구와 공격 야구가 올 시즌 롯데를 만나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