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군! 이 악물고 불방망이 지펴라

  • 입력 2008년 4월 15일 08시 29분


요미우리 자이언츠 이승엽(32)이 13일 야쿠르트전이 끝난 뒤 성적부진을 이유로 결국 2군행을 통보받았다. 국내팬 뿐만 아니라 이승엽 스스로도 기분이 좋을 리 없지만 심신이 지치고, 타격폼이 완전히 무너진 현재 상태로 1군경기를 뛰는 것보다 2군에서 완벽하게 감을 잡은 뒤 1군에 올라오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 얼마나 부진했나

이승엽은 요미우리가 치른 14경기에 모두 출전했지만 52타수 7안타로 타율은 0.135에 그치고 있다. 홈런은 단 1개도 없고, 2루타 1개와 2타점에 불과하다. 반면 삼진은 13개나 당했다. 이승엽은 겉으로 “몸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최근 손에 압박붕대를 감고 타석에 서는 장면에서 쾌조의 몸상태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 최근 그의 타격폼을 본 전문가들은 전체적으로 무너졌다고 진단한다. 공과 몸, 배트가 완전히 따로 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자신감마저 떨어지고 스트레스도 극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 2군에서 뭘하나

사실상 14일부터 2군생활이 시작됐지만 이날 2군도 휴식일이어서 그도 쉬었다. 15일부터 2군에서 훈련한다. 요미우리 2군은 15일부터 센다이에서 라쿠텐 2군과 3연전을 치르지만 김기태 2군 타격코치는 14일 전화통화에서 “승엽이는 일단 이번 라쿠텐 3연전에는 따라가지 않는다. 내일(15일) 몸상태를 확인하고 당분간 잔류군과 훈련한 뒤 타격감이 회복되면 2군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나에게도 승엽이를 봐주라며 원정을 가지 말라고 하더라. 잔류군들과 함께 요미우리 랜드에서 훈련한다”고 설명했다.

○ 이승엽 2군행은 연례행사?

2004년 지바 롯데 유니폼을 입고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뒤 거의 매년 한 차례씩 2군으로 떨어졌다.(표참조) 2004년 5월 11일에는 성적부진으로 처음 2군을 경험했다.

2005년에는 시범경기 기간에 외야수로 나갔다가 펜스에 부딪치며 목과 왼손을 다쳐 3월 23일 2군으로 내려가 몸을 추슬렀다. 지난해에는 왼손엄지 통증이 극심해져 올스타전을 앞둔 7월 12일 2군행을 자청했다. 41홈런으로 최고의 성적을 올린 2006년만 온전히 풀시즌을 소화했을 뿐 올해까지 5년 중 4년간 2군을 경험했다.

○ 2군 갔다오면 성적 향상

이승엽은 2군으로 내려가기 전 항상 극심한 타격부진에 시달렸다. 그러나 이후 1군에 복귀하자마자 항상 쾌조의 타격감을 보였다.

1군복귀 후 4경기만 살펴보자. 2004년 6월 4일 1군에 복귀한 뒤 4경기에서 15타수 5안타(0.333) 2타점을 기록했다. 6월 9일 오릭스전에서 일본진출 후 처음 4안타(2루타 2개 포함)의 맹타를 휘두르기도 했다. 2005년에는 4경기에서 17타수 6안타(0.353) 2홈런 5타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1군 복귀 3경기 만에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쏘아올렸고, 이튿날에도 홈런포를 가동했다.

지난해에는 후반기 복귀 후 4경기에서 15타수 6안타(0.400) 3홈런 7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복귀 첫날인 7월 24일 요코하마전에서는 연타석 홈런으로 시즌 첫 멀티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25일에는 시즌 최다인 4타점을 올렸다.

이번에도 2군행이 오히려 약이 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이재국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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