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베이징 올림픽 8연속 금메달 획득을 향해.’ 필승관에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역대 금메달리스트들의 이름 사이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 74kg 박장순’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제가 제일 잘 알죠. 하지만 그럴수록 메달에 가까워진다는 사실도 잘 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박 감독의 몸은 여전히 탄탄하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함께 하기도 하고, 답답함을 느끼면 선수들과 몸을 부딪치기도 한다. 선수들로서는 우상과 겨뤄본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
3월 18일부터 23일까지 제주에서는 아시아레슬링선수권대회가 열렸다. 대회 1주전, 박 감독은 선수시절 자신과 같은 체급인 조병관(27)을 상대했다. “평소에는 경량급만 잡아주시거든요. 그날따라 기분이 좋으시더라고요. 저야 좋았죠. 한 수 가르쳐주신다니까.” 조병관은 황소처럼 박 감독을 향해 달려들었다. 머리에 박 감독의 안면이 닿는 느낌이 있었지만 흔히 있는 일이라 신경 쓰지 않았다.
코가 약간 부어올랐지만 누구에게도 아픈 티를 내지 않았다. 박 감독은 꼿꼿하게 1주일간 훈련을 지도하고 대회 일정을 마쳤다. 그 다음에야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연골이 부러졌다는 판정. 수술까지 받았다.
“감독님께 죄송해서 죽을 힘을 다했습니다.” 역시, 용장 밑에 약졸 없는 법이다. 박 감독의 부상 투혼(?)에 힘입어 조병관은 아시아 최정상에 올랐다. “이제 다 나았습니다. 좋은 결과만 거둔다면야….” 박 감독은 또 다시 후배들과 ‘부딪칠’ 작정이라고 했다.
태릉=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