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에 23달러인 3층 자리의 입장권은 최근 인터넷 경매를 통해 10배 가까운 200달러가 넘는 가격에 팔렸다. 좌석 중 가장 싼 이곳에 올라가 보니 선수들이 손가락 크기로 보였다. 230달러짜리 1층 티켓은 인터넷에서 무려 4600달러를 호가했다.
급하게 암표를 산 경우가 많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만만치 않은 표 값을 치른 1만8997명의 만원 관중이 체육관을 찾은 데는 분명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스타들의 눈부신 개인기가 펼쳐지는 경기장은 ‘스포츠 관전의 천국’이라는 찬사가 나올 만큼 쾌적했다. 1200개의 TV 모니터와 675개의 스피커는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대로 전달했다. 조명은 코트에만 집중돼 마치 콘서트라도 보듯 선수들의 플레이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샌안토니오가 100점 이상 넣으면 자동차 엔진오일 또는 타이어를 싸게 갈아 준다’는 등 다양한 프로모션도 흥미로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체육관에는 75군데의 식당이 있어 핫도그, 피자, 바비큐 등 다양한 메뉴에 맥주와 칵테일, 와인 등 주류도 엄격한 기준에 따라 판매됐다. 맥주는 1인당 2잔까지 살 수 있었다.
화장실도 인상적이었다. 남녀 화장실은 55곳이나 됐는데 여성 화장실의 공간을 더 넓게 배치해 배려한 게 눈에 띄었다.
NBA의 이런 시설을 둘러보니 문득 17일 시작되는 챔피언결정전을 앞둔 국내 프로농구의 열악한 체육관이 떠올랐다. 팬들에게 외면받는 구내식당, 휴식시간마다 여성 관중이 길게 줄을 서야 하는 불편한 화장실, 선수들이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는 비좁은 라커룸….
물론 출범 11년째를 맞은 한국프로농구와 6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NBA의 비교가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실현 가능한 기본적인 사항조차 벌써 몇 년째 개선되지 않고 있는 국내 농구 코트의 현실을 보면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 하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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